나를 향한 나의 첫 반항

자고 있던 나를 깨우다

by Peter Choi

내가 쓰던 책상은 두꺼운 나무판에 짙은 초록색으로 페인트칠을 한 나무 책상이었다. 책상들 중 온전한 것이 드물었다. 많이 사용해서 흔들흔들거리거나 어떤 책상은 풀썩 주저앉아 버리기도 했다.


각목을 썰어 못질하여 의자는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않아서 뒤로 젖히거나 하면 삐걱거렸고 어떤 때는 못 머리가 슬금슬금 빠져나와 바지가 걸려 찢어지는 때도 있었다.


그래도 교실 바닥은 언제나 매끈매끈했다. 늘 청소시간에 초를 가지고 와서 바닥을 얼굴이 훤히 비칠 듯 반들반들하게 닦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왜 그리 열심히 닦았던지 모르겠다. 한 번은 선생님이 미끄러져 넘어진 적도 있었다.


겨울이 가까워 오면 아이들은 산으로 가 솔방울을 딴다. 산 위를 소풍 하듯 다니는 것은 힘들었다기보다 재미있는 놀이였다. 비료포대에 가득 담아 질질 끌고 내려와 그것으로 연료가 부족했던 교실의 난방에 쓰였다.


구구단을 배우기 시작하던 2학년 여름이 생각난다. 운동회를 위해 차전놀이, 꾸미기 체조 등 각종 준비가 끝나면 선생님 앞에서 구구단을 외운다. 중간에 막히거나 틀리면 여지없이 다시 해야 했다. 선생님의 합격 판정은 무엇보다 즐겁고 뿌듯했다.


학교의 처마 밑에는 종이 달려 있었다.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지금도 귀에 울리는 듯하다. 선생님들은 대체로 무서웠던 것 같다. 때때로 용의 검사도 했는데 주로 손톱 길이를 보거나 손등의 때를 살폈다. 걸리면 여지없이 손바닥에 회초리를 맞거나 붉은색 펜으로 손등을 주욱 그으셨다. 이 시간이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서 단정치 못했던 나에게 참 고통이었다.


초등학교 3년 동안은 늘 기죽어 살았다. 가난해서 기죽고 배고파서 기죽고 공부 못해 기죽었다.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너무 긴장한 탓인지 수업 중에 오줌을 싼 탓일 것이다. 아이들은 기억을 잘 못했겠지만 너무 부끄러워서 더 기죽어 지낸 것 같다.


4학년 어느 날이었다. 언제나 기죽어 살았는데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 생각을 했던지 국어시간에 드디어 나의 항변이 시작되었다. 늘 내성적이고 들어가는 소리를 했던 나였지만 내 안에 역성혁명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책을 읽게 하셨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반항이라도 하듯이 큰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어떻게 그렇게 용기를 냈는지 몰랐다. 마치 나 여기 살아있어라는 부르짖음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선생님이 내가 책을 큰소리로 잘 읽었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때부터 친구들이 나를 향하는 눈빛이 달라 보였다. 그때 나는 알았다. 나도 잘할 수 있는 것이 있었던 것이었다. 후에 사람들은 종종 내게 칭찬을 할 때 목소리가 좋다는 얘기를 했다. 아나운서 되면 좋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물론 군에 들어가 훈련을 받으면서 목이 많이 상해서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던 이 반항의 소리는 내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마음을 바꾸었다. 그때부터 나는 무엇이든지 노력하면 된다는 긍정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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