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이 몰려오다

갑자기 닥친 할아버지의 사고로 방황하는 아버지

by Peter Choi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엄청 크게 다치셨다. 참고로 할머니는 아버지가 세 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는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고난의 세월을 보내셨다.


어린 나이에 전쟁을 겪으셨고 엄마 없이 아버지와 한평생을 보내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버지에겐 그래서 할아버지가 소중한 존재였고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분이셨다. 더구나 아버지는 3대 독자라 형제가 없으시다. 그래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이렇게 많이 낳으셨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에게 할아버진 그런 존재였고 그 할아버지가 다치신 것이었다. 강에 빠지셨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 기억 속에 있는 것은 그 당시 뭔지도 몰랐던 수북하게 쌓여있던 엑스레이 사진 더미였다.


할아버지의 사고는 당장 경제적으로 타격이 왔다. 엄청난 병원비를 감당해야 했고 농사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조차 할 수 없어 더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후로 우리 집은 고난의 깊은 터널로 빠져들어간다.


할아버지는 치료 후에도 다리를 저시며 거동이 불편하셨다. 충격 때문이 가끔씩은 정신이 이상할 때도 있으셨다. 문제는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변화였다. 매일같이 술을 드시고 가정을 돌보시지 않으셨다. 돈에 대한 집착 때문인지 어느 날은 술을 잔뜩 드시고 돈을 한 다발을 들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길거리에 뿌리셨다. 왜 그러셨는지 지금도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그나마 있던 논과 밭들을 할아버지 병원비 때문에 다 팔아서 괴로우셨던 것으로 보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변화의 몫은 고스란히 엄마가 감당해야 했다. 마음이 천사 같기로 유명했던 엄마는 아버지의 술주정을 묵묵히 감당하셨다. 지금도 나의 눈에 선한 것은 엄마의 손이다. 나는 엄마의 아름다운 손을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언제 나 집안 일과 밭일로 손이 퉁퉁 붓고 터져 피가 흘러내렸다. 피가 흐르면 안티프라민을 바르고 그냥 헝겊을 찢어 묶으셨다.


내가 아플 때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으시던 손길이 생각난다. 거친 손이 약간 따갑게 느껴졌지만 따스했다. 그래서 지금도 엄마의 손을 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이후에 생긴 그 참혹한 세월을 나름대로 긍정하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엄마의 희생과 사랑 때문일 것이다.

힘든 세월을 사신 할아버지, 아버지, 엄마를 생각하니 지금 마음이 아려온다. 오늘은 그냥 여기에서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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