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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Jan 15. 2024

아날로그는 감성일까?

네 번째 아날로그 (글쓰기 1)

요즘 세상에 글쓰기가 취미라 하면 많이들 놀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글 쓰는 행위 자체는 경제적인 생산활동과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요.  저는 직업 특성상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많이 만나곤 하는데, 그분들의 첫 질문은 항상 이랬습니다.  


“전 글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분명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다면 생계에 대한 고민은 사라 질 겁니다.  아마도 상위 1% 수준까지 올라야 가능하겠지만,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은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좋아서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어쩌면 어린 시절 “문학소년” 혹은 “문학소녀”란 타이틀을 받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쯤은 내 삶은 너무 파란만장해서 대하소설 백권 분량은 될 거야 라는 생각에서 글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글 쓰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글 하나 쓰려하면 도무지 머리가 돌지 않아 고민이 많이 생깁니다.  특히 브런치 연재를 하면서부터는 어떻게든 매주 한 편씩 써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더 고민을 많이 하곤 합니다.

그리고 첫째 딸 스텔라와 한 약속인 매달 한 편씩 동화를 써 주기로 했는데, 그 약속도 지키지 못하니 부담감만 생길 뿐입니다.  그럴 땐 조용히 브런지를 닫아버리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많은 것들을 그렇게 포기한 저 자신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20대 시절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그랬고, 블로그, 티스토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등 몇 번 쓰다가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경우는 호응도가 적으면 더더욱 용기기 안나는 경우가 많지요.

언젠가 페이스북에 글을 열심히 써 보았지만, 조회수 3, 좋아요 0이었을 땐 진지하게 이걸 계속해야 하나 고민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용히

페이스북을 닫아버렸지요.  


“전, 페이스북 귀찮아서 안 해요.”


시시콜콜한 일상이야기든, 제가 생각하는 현안에 대한 의견이든, 아니면 저만의 상상이 담긴 이야기든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여러 필요한 것들이

있겠지 맘, 딱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일단 “글을 쓴다.”가 될 겁니다.

유명한 작가들은 하루에 몇 시간을 정해두고 규칙적으로 글을 쓰곤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분량을 정해 둔다고 하는데, 일단 저 같은 사람은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집중해서 한 다는 것 자체가 쉽지가 않습니다.  사실 여기저기 집중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요.  예를 들어 노트북을 켜고 워드 프로세서를 실행해서 글을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전원을 켜는 행위까진 변함이 없지만, 저는 무의식적으로 엣지 등 인터넷 창을 실행하고 네이버에 들어가 이것저것 클릭하는 것으로 시간을 때우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유튜브도 들어가 보며 숏츠 동영상을 보며 키득거리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요.

만약 노트북에 게임이 설치되어 있다면 더 최악일 겁니다.  한 판만 해야지 하다 보면 순식간에 몇 시간이 지나게 되지요.  다행히 전 노트북에 게임을 설치하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게임이 아니더라도 유튜브나 커뮤니티의 게시글 등 저를 유혹하는 것들은 충분히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런 유혹을 벗어나고자 연필과 노트를 활용하시곤 하는데, 사실 그것도 편한 방법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노트에 쓴 글을 다시 타이핑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존재합니다. 요즘은 타자기를 구하기 쉽지 않지만, 타자기를 쓰는 경우도 분명 제한 사항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쓸 때마다 어떤 글을 쓰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 자신과 어떻게 싸워 이길 것인가가 큰 과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freewrite사의 traveler라는 제품은 그나마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조금이나마 이길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본 제품은 과거 30년 전 한창 유행했던 워드프로세서 단말기와 유사합니다.  실제 기능은 글 쓰는 기능만 가지고 있지요.  사실 전 워드프로세서 단말기를 본 적은 없습니다.  요즘 일본에서 워드프로세서만 되는 기계를 아직도 판매한다고는 하는데, 그 제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비교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이 제품은 두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글 쓰는 기능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파일을 불러들일 수도 없고, 동영상 재생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그저 글 쓰기에만 특화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모니터 마저 e-ink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려한 기능을 담을 수 없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즉, 이 제품은 글 쓰기 외에는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 요 제품을 들고 다니곤 하지요. 정말 글을 쓰고 싶을 땐 이것만 가지고 집중해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 외에는 단점 밖에 없습니다.  우선 많이 느립니다.  a4용지 기준 4페이지만 넘어도 버벅거립니다.  거기에 한글로 글을 쓰게 되면 타이핑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글과 출력되는 글과 속도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서의 어떤 표현도 그려낼 수 없다는 단점이 이 제품의 장점으로 승화시킨다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글씨 폰트나 크기는 이미 디폴트 된 설정에서 바꿀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글에만 집중한다는 장점이라 이야길 하고 싶습니다.


저는 글을 쓸 때 노트북을 쓰다 보니, 글을 쓰는 것보다 다른 행동을 하게 되어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freewrite사의 traveler 제품을 추천합니다.  단지 단점이라면 기능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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