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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Apr 22. 2024

사진 그리고 글, 서로 친숙하지 않은 존재들

한 장의 사진에 담는 여러 가지 생각들

요즘 들어 리어카를 많이 본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많은 파지를 쌓아둔 리어카들이다. 지금 내 나이가 40대이니, 적게는 60대 많으면 70대 어르신들이 소 일거리로 끌고 다니는 리어카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버리는 재활용들 중 조금이나마 돈이 되는 것들을 리어카 한가득 쌓아두고 몇 천 원 안 되는 돈을 받아 하루를 생활하는 모습. 힘들게 살아온 삶의 마지막은 다시 한번 힘들게 끌고는 리어카에 쌓아둔 파지 조각으로 다시 생계를 이어야 하는 현실이 우리의 모습이었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힘들게 삶을 살아왔다. 넉넉하지 않은 돈을 모아가며 내 집을 마련하고, 자녀들의 교육을 책임졌다. 그리고 그 돈을 모아 다시 자녀들의 새로운 보금자리와 결혼 자금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적은 연금으로는 노후 생활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에 리어카를 끌고 파지를 줍는 삶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아파트 재활용 분류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재활용을 허락 없이 가져가는 것은 절도 행위입니다.” 그렇다. 분명 아파트에서 수집하고 모아두는 재활용품은 아파트의 운영자금의 일부, 즉 잡수익으로 모아 약간의 개선 작업에 활용하는 비용이었지만, 어느 한 편에서는 그 파지와 소주병 몇 개가 생계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삶의 마지막 몸부림일 수 있었다. 그래서 삶의 어느 한 편은 무언가 풍족해 보이는 삶을 보여주고 있으며, 어느 한 편은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삶을 보여주고 있으니 삶의 양 극단을 표현해 주는 연결고리는 “리어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살던 동네는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아니 지금이나 똑같이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어르신을 자주 보곤 했다. 그리고 가끔 리어카 조작이 익숙하지 못해 혹시라도 비싼 외제차를 긁어버린 어르신과 왜 차에 흠집을 냈냐고 역성을 지르는 젊은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바라보곤 했다. 나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차를 산 지 며칠 안된 새 차였지만, 어르신이 리어카를 잘못 조작해 휀다의 도색면을 긁어버린 적이 있었다. 화가 난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도색을 하려면 몇 십만 원의 돈을 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냥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괜찮으시죠?” 하지만 그 어르신은 연신 “제가 치지 않았어요.”라고 했다. 그 어르신의 입장에서 몇 십만 원의 돈은 한 달 동안 힘들게 모아야 할 파지로는 해결하지 못할 금액인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우리 주위에는 리어카가 많다. 그리고, 그 리어카에는 항상 파지가 쌓여있었다. 그 모습을 나는 우연찮게 사진으로 찍었지만, 그 리어카가 가지고 있는 많은 이야기를 사진으로 표현하기란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사진에 조금이나마 글을 담아보기로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그 글은 리어카가 담아둔 실제 이야기를 다 표현할 수 있으리라 보진 않지만, 사진이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서로 친하지 않은 글과 사진이 함께 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진에 담겨있는 글을 써보고자 했다. 그리고 부족한 내용은 다른 방식으로 한 번 보충해보고자 한다. 분명 그 끝은 글이 아닌 우리가 바라보는 현재의 모습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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