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사진과 글 한 덩이
우리는 바라보고 싶은 것 들만 바라본다. 그건 인간의 본능이자 인간으로서 얻게 된 축복이자 결점이었다. 우리 눈이 바라보는 시각은 180도가 안 되는 일 부분뿐이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앞과 뒤 - 그리고 위와 아래에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더 제한적이다. 렌즈의 화각 특징, 그리고 셔터를 누른 찰나의 순간만을 기억할 뿐이다. 그러니 어느 한 장면의 분위기가 “왜” 그렇게 벌어졌는지 이야기해 주질 못한다. 그러니 우리가 채워야 하는 것은 그 순간의 장면을 바라보며, 나름의 상상력과 생각을 채워나가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했다.
이 날은 총선이 있던 날이었다. 이미 사전투표를 마친 이후였기 때문에, 잠시 시간을 내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 늘 아침 일찍 혹은 저녁 늦게 걷던 거리이다 보니, 햇빛이 내리쬐는 거리를 바라보는 게 쉽지는 않았던 터리 잠시 시간을 내 길을 걷게 되었다. 물론, 보통의 산책과는 다르게 카메라를 들고 걸어갈 때였다.
분명 내가 늘 걷고, 살아가는 공간에서 새로운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아니, 늘 익숙한 공간이니 내가 바라보고 싶은 것들만 바라보게 된다. 지하철역까지 빨리 갈 수 있는 길, 신호등, 움직이는 차 등 빨리 목적지로 다가가기 위한 목적물들만 내 눈이 인지할 뿐이다. 심지어 요즘은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나 OTT를 감상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더더욱 주변을 바라보는 게 쉽지가 않았다.
마침 그날도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던 터라,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혹은 그저 따스한 햇살을 지켜보던 어르신들의 모습들 뿐이다. 하지만 주위를 조금 둘러보니 리어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부쩍 늘은 리어카. 아마도 평소 파지를 수집하고, 그 돈으로 하루 생계를 꾸리던 어르신들의 리어카였을 확률이 높다. 1Kg에 몇 백 원 안 하는 돈을 리어카 한가득 채워도 몇 천 원 안 되는 돈이니 그 돈으로 하루를 채워나가려면 결국 먹을 수 있는 라면 몇 개, 추운 겨울에는 연탄 몇 장이 고작이다.
마침 그날 따라 리어카가 채워지지 않은 이유는, 그날이 재활용 배출하는 날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 평소 재활용을 배출하는 날이 되면, 귀신 같이 사라지던 폐지와 고철들이 정말 수거업체가 가져갔는지도 의문이었다. 아니 몇 년 전 재활용을 배출했을 때 어디에 계셨는지 한 어르신이 리어카를 들고 찾아와 폐지와 깡통, 소주병을 챙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한 행동도 너무 제한적이다. 분명 배출되는 물품과 양은 정해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리어카는 갈수록 늘어났다. 그날 하루 30분 정도 걸으며 바라본 리어카만 해도 여러 대를 보았다.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리어카. 가격은 30만 원 남짓 가격이지만, 그 리어카마저도 조금 낡은 리어카 혹은 좀 더 새 거와 같은 리어카들로 각양각색이니 봄이 찾아왔지만, 아직 봄이 아닌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만 같단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 이렇게 리어카를 끌고 파지를 수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조롱하는 듯 글을 올리곤 하는 모습을 보면 아쉽단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 한 분야로 치중되어 있다 보니, 막상 바라봐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저 조롱하고, 웃음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왜 새로운 리어카가 늘어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