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점 멀어지는 시
갑각류 껍데기도 배를 드러내지 않아
마디가 완성되면 새마디가 자라도록
몸을 떠난 성체의 방식이 그래
껍데기 안을 채워야 부서질 자격이 있다고
대기권 안에 있는 그녀는
추진체도 없어
미분양된 묘지에 아내를 묻고 옵니다.
질문은 덮어버린 봉분이 대답합니다.
애도에 장기근속 중입니다.
이직률이 꽤 높아서
낯익은 얼굴 찾기가 힘이 듭니다
너무 흔한 이름이 건너편 길가에서 불리면
발사된 이름은 거미줄처럼 몸을 휘감아
거꾸로 매달려 진정을 기다리는 중.
기억의 웃음소리는
주머니칼을 만지작거린다.
칼날을 꺼내 휘두르면
칼끝보다 손목이 먼저 잡힌다.
벽을 향해 있는 문이
다가선 만큼 멀어지고
돌아와 거실 한 가운데 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