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사물이 거울에 비친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다시 깨어난 건 93일째였다
가만히 눈을 뜬 그녀가 다시 숨 고르듯 눈을 감고
작은 혀로 마른 입술을 적신 첫마디
뒹구는 이 세상에서 주먹만 하게 확대된 경고문이 또 박 또 박 읽혔다고 한다.
당황스럽다는 말처럼 늘 새로운 말이 있었나
병실에 누워 식물로 살아가던 아내가 죽던 날
십 년의 당황스러움으로 경황이 없다는 말을
머리글처럼 달아두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뒤쪽을 살펴보면
사물이 거울에 비친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닥쳐와도 당황치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