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멀어지는 시
연이어 밀려드는 확률의 점선을 빠르게 뛰어넘느라 점선
아래를 내려다본 적이 없었던 거야
너의 머리카락을 쫓아다니던 내 머리카락들과
침대 아래를 성큼성큼 걷는 음모(陰毛)들
인공호흡기를 끼고 연명하던 겨울 이불은 맥박이 없고
가벼워지는 것들은 비로소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벗어놓은 양말은 빠져나온 발 모양을 하고 있다고 속삭여
까만 때 국물이 흐르던 일곱 살짜리 사내아이 목덜미 같은
목련 꽃잎을 눈곱처럼 닦아낸다.
모호한 끼니를 먹고 머릴 말리고 가만히 누워 손 닿지 않 던
너의 손톱자국이 만든 피딱지는
어루만지기만 할 뿐 떼어내지 못하지
오늘을 기다리지 않았지만, 하루는 소행성 하나를 만들고
있을 만큼 길었다
겨울옷을 들이지 못하던 그해 봄
계절도 사람이 만드는 거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