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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안은 위로였다.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네가 작은 종이배였을 때를 기억한다.

세숫대야 위를 가라앉지 않고 있을 때를 보았으니까

좁은 시냇가를 흘러가다 작은 아이와

헤어진 것도 기억한다.


수없이 멈춰 서며 강에 다다라

나무배가 된 것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짐을 싣고 떠나는 너를

수평선이 닳도록 바라보았다.


지치고 힘들어 많이 변했어도

떠날 때를 기억하듯이

다시 돌아온 너를 기억한다.

목소리를 잊지 못하듯이

엔진음을 기억하듯이


너는 오랫동안 파고를 거슬러 오르며

침몰하지 않은 배다

얕은 바닥 선체가 닿지 않도록 이끌어

부두에 접안하도록

닻을 내려 쉴 수 있도록

하염없이 바라보는



우린 모두 항구였고

도선사였다.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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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