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2인치 브라운관이 주차장 바닥에 놓여 있었지
화면이 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온기로 따스한 브라운관 뒤
납땜 자국 끝으로 파란 선과 붉은 선으로 뒤엉킨 피복이
벗겨진 선들을 어루만지자
정물화 속 묶여진 플
러그는 저린 다리를 길게 편다.
발자국 소리로 전원이 켜지는 것 같아
허기는 유속이 느린 강물처럼
소리 없이 발목을 감겨오는 거지
만질 수 있는 것들의 수수료는 종지에서 밥그릇으로 커져가
바라본다는 건 서로를 시청하는 것
유치 돋아난 브라운관을 맞대고 손가락을 깨물고 깨물려지고
전원을 켜지 않아도
방영이 끝날 때까지 재방송이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