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시
눈은 부러진 바늘 같다고 생각한 건 아주 오래전 일이었지. 바늘 한 쌈을 손에 쥐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눈이 내렸거든. 뾰족한 눈송이 끝을 쳐다보다 쥐고 있던 바늘을 놓쳐 버린 것 같아. 뾰족한 눈송이를 보느라 잃어버렸단 말을 왜 못 했는지 모르겠지만, 길가에 떨어진 바늘은 밟힌 모양대로 부러져있었어 모두.
눈이 녹아내리고 아마도 몇 개는 그해 봄까지 못 찾았던 것 같아. 그날 이후 길가에서 보는 바늘은 모두 안쓰러웠던 거야.
어머니는 부러진 바늘을 모아 유리 테이프에 하나씩 붙여 휴지심 안쪽에 단단히 붙인 뒤 휴지심에 바늘이라고 적어서 버렸거든. 한평생 찌르는 일만 하였던 바늘은 끝까지 소각되지 않은 채 따로 분류되었을 거야.
눈밭 위엔 새의 발자국 밟지 않은 눈을 밟으며 걷는 일로 눈 오던 아침을 마친다.
내가 지나온 길에
내가 밟은 눈이
벗어놓은 신발 아래서
오늘의 적설량만큼 녹아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