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멀어지는 시
꽃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
겨울과 봄 사이에 그어진 절취선은 정말 가볍게 면을
엇갈리며 뜯어지는 건지
바람은 회벽처럼 손가락자국이 있는데
다이얼을 돌리면 주파수마다 차가운 바람이 붑니다.
겹꽃잎 식물의 일과는 시든 꽃잎을 떼어내는 일
젖은 너의 발 어루만지면
발바닥 앞쪽 굳은살에선 향기가 나요
허공에 늘어진 줄을 힘겹게 밟은 흔적
물 위로 떨어진 꽃잎 디디며 온 길
겨울은 가지마다 피어날 자리를 콕콕 찔러주고
이제 곧
잎도 없이 꽃이 피어나겠죠
문득 꽃잎이 소스라치는 걸 보거든.
가지를 손으로 움켜쥐어주세요.
손목을 잡듯이
뛰어내리지 못하게.
스프링 피크 (Spring peak)* 봄이 되면 자살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