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연휴를 기억하고 있어.
눈을 뜹니다. 옷을 입고 양말을 신고 연휴 동안 나가지 않았던 길로 산책을 나갑니다. 변한 것이 없는 길과 나무 건물과 상가들의 안내를 받아 아무 생각도 없이 걷습니다. 이만큼이면 돌아가도 되겠구나 싶은 그곳에서 돌아서 골목으로 접어듭니다.
걸어왔던 길과 다른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갑니다.
연휴가 끝난 것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연휴는 가늘고 긴 유리 빨대 같은 곳에 담겨있었습니다. 한 모금한 모금받아 마시다가 조금씩 기울어집니다. 조금 벅차게 받아먹게 되다가 잠시 멈춰 있기도 하며 다시 격하게 기울어져 오늘 새벽엔 온전히 그 끝이 하늘로 치솟더니 안에 있던 꿀맛 같던 시간을 모두 쏟아내 버렸습니다.
마지막엔 받아먹기 힘겹거나 쏟아지는 속도에 삼키는 속도를 맞추지 못해 뿜어내거나 기침을 하느라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는 걸 그대로 바라다보아야만 했습니다.
유리관은 이제 수직으로 세워져 그 끝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유리관 입구에 괜히 입을 대보고 남아있는 달콤한 시간을 혀끝으로 핥습니다.
유리 빨래 안의 남아있는 달콤한 공기를 마셔봅니다.
젖은 머리를 말립니다. 푸석한 얼굴에 로션을 바릅니다. 피부가 촉촉해지는 데는 예전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일상으로 나가는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모란은 아침부터 바지에서 흘러내린 허리끈에 취해 다리 사이를 떠나지 못합니다. 흔들리며 잡을 수 있고 물고 늘어질 수 있는 것은 앞발로 잡아 늘어뜨리고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습니다.
바지를 벗어버리자 멈춰 선 것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말을 하며 손짓을 많이 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밟고 날아올랐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잠잠해지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웃어버렸습니다. 알고 보니 손가락을 격하게 움직이는 걸 보고 공격하거나 장난을 치려는 것이라는 것을, 통화를 할 때도 손짓을 하며 말을 한다는 것을 말이죠.
이제 묵음으로 처리된 집안의 가구와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달그락거리는 가방 안의 무엇인가를 정리하지 못한 채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하루만 딱 더 쉬었으면 하는 마음과 혼자 쉴 수 없으니 다들 같이 하루만 쉬었으면 하는 간절함과 모두 쉰다는 것은 아주 곤란한 일이 발생했을 거란 두려움으로 출근을 합니다.
출근하는 일은 아주 정상적인 내가 정상적인 세상을 마주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세상이 이상합니다.
사진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