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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前兆)의 달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밤이 입을 벌리면

하얗게 부풀어 오른 달이

편도처럼 떠오른다


나는 모래를 걸러 날숨으로

사막을 건너는 베두인


장례는 봉투마다 고은 호흡 채워

깊은 구덩이 안의 유목의 시신을 세우는 것이지


모두 잠든 밤. 해산을 앞둔 낙타는

모래바람을 낳고 사라진다 깊은 모래를 찢는다 닫았던 콧구멍을 연다

모래산 하나를 옮긴다 모래바람을 뿜어낸다

발굽 없는 태반이 모래 속으로 묻히기 전까지 일어서야 해


서서 잠드는 유목의 밤은 장엄하고 섬세해

가녀린 등줄기를 어루만지는 손톱 끝처럼


사막은 파도가 없는 바다

달은 떠나지 않고 발광하는 나침판


모래바람이 거세지면

베두인과 낙타 한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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