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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밤새워 마신 술이 저 혼자 엎드렸다
모로 누우며 몸속을 돌아다니다
머릿속에 모여 패싸움을 한다
두 패로 나뉘어 싸우며 배신자가 밝혀지면
치고받고 이마를 찢고 새어 나올 즈음
아직 물기를 흠뻑 마시지 않은 생각은
밥알처럼 식어가도 좋다
얕은 물길 속에 뜨거운 국물을 담는다
다시 비워내 펄펄 끓는 국물을 다시 붓고 들어가 앉으면
살갗이 스르르 벗겨져 잘 발라내 가시만 남겨진 갈치 살점처럼
뜨거운 국물은 기억을 생생하고 보기 좋게 흐물거리게 한다
풋내 나던 논리들이 어슷 썬 파향을 피워내며 사각거린다
시는 해장의 산물이다
사후경직은 이미 시작되었다
간혹, 지독한 스트레칭으로 일컬어지는
토렴* 밥이나 국수 등에 더운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가 따라내며
덥히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토염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