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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귀신고래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흉터로 정해진 이름

가라앉은 말 바닥아래로 떼어낸 조각마다 문장을 거른다

고래는 숨 쉬는 일로 포획되어 벗겨지고 토막 내어진다

살아가는 건 해지지 않는 죽음의 가죽을 덧댄다


속을 감추지도 드러내지도 않은

아래로 쓸려 내려가지도 단단히 붙어 있지도

살아 움직이지도 죽은 것도 아닌 검은 눈동자는

보는 건지 보이지 않는 건지

기각된 슬픔이

부화가 임박한 치어처럼 몰려있다


입술 거스러미가 봄이었다

혀끝으로 살을 녹여 가만히 잡아당기면

배어 나온 피는 개나리 꽃잎처럼 비릿하고

살점이 나를 삼켜 소화된다


그때였어 입안에선 하반신이

소화되느라 타액이 거품을 끓이고 있다

두려움에서 놓여질것이 두려워

물고 있는 몸체를 품 안에 힘껏 감싸고 있다

풀린 눈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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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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