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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이를 지닌 말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빗물 껍질을 가만히 벗겨내면

투명한 집 속 잠든 달팽이를 볼 수 있다

손끝 무뎌 벗겨내 본 적이 없고

부딪힌 곳 깨져 부화한 달팽이는

살점 끌어 모아 입술로 걷는 말

창밖의 말은 폐간된 계간 지속엔 수몰된 마을

바람이 일지 않는 날이면 놓인 페이지를

펼쳐 물속을 들여다본다

천장에 닿았다 제자리로 가라 않은 단어와

헝클어진 문장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행간

닿으면 사라지는 부드럽고 달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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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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