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그 전해엔 유난히 장례식장에 자주 다녔다
엄마는 결혼을 하는 먼 친척들에겐 전화를 넣어 마지막엔 계좌번호를 묻고 축의금을 보내셨고
장례식장엔 꼭 나를 대동해 순례자의 얼굴로 차멀미를 견디며 찾아다니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그해 봄엔 상복을 입은 나와 엄마는 반가움을 감추지 못한 순례자들을 맞이했다 이제 막 담가 낸 깍두기 같은 위로들 엄마는 맵고 짠 생 무를 입술을 오물거리며 표 나지 않게 삼키고도 울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고모할머니는 조카의 죽음을 듣고 수의 같은 삼베 저고리에 치마 나무지팡이를 짚고 나타나 순식간에 엄마 손을 잡고 모스부호를 몇 번이고 보냈다 어머니는 팔 남매를 홀로 키운 고모할머니의 눈을 보며 눈물을 흘리셨다
위로는 같은 음식을 오랫동안 먹은 미식가 같아서 혀끝은 예민하다
사랑스럽고 아기 같은 나의 엄마에게
손가락 끝으로 찢어 척-척 걸쳐
떠먹인 말은
이년아 정신 차려 서방 없는 년이 제일 서러운 거야
물 한 모금 삼키지 못한 어머니를 울게 하셨다.
한 없이 배가 고프다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