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고여든 물이 봉긋 차오를 때까지 한 번도
박차고 나간 적도 없다
지독한 가뭄이 들 때 해감되지 않은
어패류처럼 모래가 씹힌다
파충류 눈꺼풀은 좌우로 뜨며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과거는 지그시 속을 파내 툭 내던져 버려
그때마다 유난히 침묵에 불타오르거나
어둠 난간 끝에 선 산짐승처럼 고개를 쳐들고 울부짖었어
수없이 얽힌 근육들은 바람을 짓밟는다
잠시 바람이 멈춘 틈으로 배를 뒤로 몰고 가는 풀잎 하나
그사이에 눈이 갇힌다 숙식제공을 하는 괄호
밥알을 주어다 짓이겨 밥풀로 만드는 노동
너무 쉽게 딱딱해져 버리는 밥풀매트리스
손톱이 벌어지도록 뜯어내 버려야 하는
삶은 그저 점성에 관련된 일
괄호밖으로
대사는 모두 괄호 위를 폴짝거리며 넘겨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