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미묘한 것이 느린 이유는 다리도 없이
기어 오기 때문이다
눈물의 보 위에 낚싯대를 드리운 뱀은
몸통을 휘감아 활처럼 휜 낚싯대를 지구가 휘도록 당겨본다
목련은 알비노증후군아이의 뺨
햇살에 시드는 꽃
지고 나면 시든 꽃잎은
민달팽이의 사체처럼 살이 오른다
지고 나면 녹슨 꽃잎은
시반의 흔적을 감싼 수의
민달팽이 점액질이 흐르는
뺨 가로 눈물을 넘던 뱀
넘실 넘쳐 뱀들이 후드득 쏟아진다
나는 목련의 사체를
거두어 입안 가득 씹어
민달팽이를 키운다
내 몸은 목련의 관이거나
꽃을 먹지 않는 뱀의 허물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