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거미가 엉덩이를 든다
햇빛이 고요하게 깔린 바닥을 기웃거린다
시간표라도 나왔나 보다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는데
바람은 정류장이 없고
내가 사는 동네에는 와이어가 없다
그런데 거미는 날아올랐다
그냥 떠났다, 혼자서
집은 틈에 있고
나는 틈으로 들어간다
그게 어디든,
슈퍼마켓이든, 옥상 밑이든, 하늘이든
하늘슈퍼는 오늘도 열려 있고
담배를 사러 들어갔다가
우유를 마시고 나오거나
주인 할머니 손목을 잡고
잠깐 앉았다 나오기도 한다
누구는 말을 줄인다
더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셀로판지에 써서 햇빛에 비춰본다
글자들이 겹치고
누가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