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마르지 않은 마음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빨래건조대에 걸린

하얀 무지면 티셔츠

목둘레가 살짝 늘어나 있다

누가 먼저 입었는지

햇빛만 알고 있다


그 위로

젖은 손 하나

말없이 지나갔다

비누의 향이 남았고

물방울은 남지 않았다

나는 흔적을 보았고



닦이고, 사라지고,

닦인 자리에 머물던 것

그런 걸 생각하며 하늘을 본다

구름이 엷다



물기를 털어내다 말고

잠시 멈춘 손바닥 같다

아무 말도 듣지 못한 채

귀를 기울이는 오후

티셔츠는 여전히 하얗고

바람은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누군가의 마음이

다 마르지 않은 채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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