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긴 통화였다
말 끝마다 물비린내가 묻었다
수화기 속, 미세하게 요동치는 바다가 있었다
말 대신 숨이 가라앉았고
숨 대신 잘게 썬 감정들이
소금물에 잠긴 채
작은 달랑무처럼 흔들렸다
고인 눈물은 눈 안에서만 자랐다
아무 데도 닿지 않고
손끝으로도 짚이지 않아
결국 가장 조용한 쪽으로 넘쳤다
비말처럼, 목젖 뒤로 가라앉았다
말없이 긴 담배를 물었다
김이 서린 창가에서,
숨을 한번 크게 삼켰다
기침은 터지지 않고 목울대를 맴돌았다
문이 닫히지 않아도
누가 다녀간 듯한 기척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들리는 울림
그런, 간이 안 된 시간
짠맛도 매운맛도 아직 표류 중인
반쯤 익은 감정들
뚝배기에 담긴
우윳빛 국이 식탁 위로 올라왔다
김이 오르고
숨결처럼 식고 있었다
한 숟갈 떠올릴 때마다
수화기 너머의 말들이 다시 끓었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후추 몇 알 뿌리자
그리움이 떠올랐다
식으면, 불어 먹던 시간
그 시간을 나누며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덜어냈다
뜨거운 국처럼
훌훌 들이마시다
끝내 식어버린 말들
수화기에서 가장 먼저 식은 건
목소리가 아니라 온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