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작별의 맛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슬픔이 흔들릴 때
혀끝이 먼저 알아차린다
가만히 밀어보면
피가 맺힌다
빠지지 않은 마음이 거기 있다
남은 애착의 뿌리처럼


우유를 마시다
유리컵에 닿는
날카로운 둔감
그럴 때마다
예감이 선명해진다

언젠가는 반드시
뽑힐 것이라는

어른이 된다는 건

더는 젖니를 핑계 삼을 수 없다는 뜻


하얀 레이스 양말 안에
처음으로 꼭 맞지 않는 구두
이름표를 반납하고 돌아오던 길
작은 감정이
가방 속에서 덜그럭거렸다



웃으라는 말에
입꼬리가 어색하게 떨리고
빠진 이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었다
그날 이후
모든 작별은 조용히 시작되었다



아프지 않아요
금방 끝나요
의사의 말에도
눈물이 나는 건
이별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



입안에서 피어나는
금속의 냄새
자꾸만 만져보게 되는 공백
빠져야 할 건 슬픔이 아니라
슬픔을 품던 자리

고요한 의자 위
심장은 더 크게 뛰고


울음을 참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조금 더 어른을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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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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