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그리움은
피부를 밀고 올라오는 것.
살을 떠밀고
얼굴의 모서리를 타고 번진다.
박피를 했다.
그 사람의 이름이
턱 밑에 묻어 있었으니까.
공기의 온도가
낯선 날,
뺨에서 시작된 기억이
광대 위로 피어났다.
잊었다고 말한 다음 날
피부가 먼저 대답했다.
그 사람의 온기 위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리움은
고여 있었다.
얼룩처럼.
수증기처럼.
닿을 수는 없고
덜어낼 수도 없어서
나는
벗겨냈다.
내가 나에게 입힌 시간들을.
사랑은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항상 같은 각도로 찔러왔다.
같은 자리에
또,
멍이 들었다.
그건 베개가 아니었고
칼날이었다.
받아들이는 쪽에 따라
형태는 바뀌었다.
말 한마디.
표정.
공기의 멈춤.
손끝에 스친
작은 진동.
모든 것이
같은 곳을 찔렀다.
익숙한 통증 위에
겹겹의 멍이
겹쳤다.
나는 그 무늬를
자꾸 들여다본다.
사랑이었는지
상처였는지
구분하지 못한 채.
그래서 묻고 싶었다.
왜 하필
그 자리였냐고.
왜 그리움은
항상
피부 아래로만
스며들어야 하냐고.
아직도
그 감정들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나는
내 안의
그림자들을 더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