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어떤 말들은
먼 산 허공에서 손짓하다가
저녁빛에 스며들어 자취 없이 사라진다
발자국 없이 걸어온다
안개가 벽 모퉁이를 쓰다듬듯
어깨를 스치지 않고,
숨결보다 더 가벼운 숨결로
내 옆에 앉아
부름 없이,
말없이 자리를 낸다
말은 없다
있음으로써 투명한 단어,
‘응시’는 눈꺼풀을 꽉 조이고
심지 없이 켜지는 불씨처럼
어둠의 가장자리보다 먼저 도착하는 촛불
혀끝이 아니라
숨과 뼈가 입술 사이에서 울리는 단어,
소리가 아니라
그래서 이것은
바라봄의 방식,
목소리 없는 목소리로
안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일
발끝이 닿지 못한 마음 가장자리에서
아무 말 없이 머무르는
단 하나의 단어—
물끄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