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차가운 혀로 흐린 하늘이 좋다고 말했다 -나는 명도의 사람이라고, 서랍 안에 눕혀둔 스카프처럼 조금은 구겨지고 한 줄의 흰 실로 꿰매진 기억의 가장자리를 닮았다고 해바라기 그림이 그려진-그런 달콤한 약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기침약을 한 숟갈 삼키고 나면 아무도 이름 부르지 않는 밤이 천천히 잦아들고 아무 곳도 울지 않는 뺨 생긴다 기침은 뼈 아래 어딘가에서 날개를 펴고
잠은, 잠은 그런 날개를 조용히 덮는다
붉은 꽃이 붉은 이유를 묻지 않는다 다른 모든 색을 삼키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 방울의 피를 세상의 반사로 내뱉는 것이라면 나는 어쩌면, 채도가 아니라 회색이 더 섞여 들면서 더 흰 하늘에 가까워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냉동실을 열다가 검은 비닐에 싸여 있던 단단한 것 하나를 만졌다
봄이었다 딸기 한 알이었다 처음엔 달콤한 무엇이 있었지만 그것은 금세 사라졌다 시가 끝나기도 전에
왜 한 알이었을까 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을까
그때 나는 누구였을까
시를 쓴다고 생각한 사람은
사실 시에 묻혀 있었고
딸기는 언젠가 냉기를 잊는다
과육이 천천히 물을 토해내고 있다
붉음이 천천히 무너지고 있다
이빨이 시린 그 순간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먹어야 한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하늘이 다시 흐려지는 날
조용히 입을 다물고
딸기의 마지막 씨앗을
입안에 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