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창문 뒤에서 비가 기다린다
두 발로 들어오는 물의 자세를 보았다
커튼 틈으로 발을 넣고 방의 체온을 재었다
신문을 펼쳐놓은 등짝 위로
발톱이 자란다 발톱은
살점과 구별되지 않는다
기계음처럼 타닥, 타닥,
방바닥엔 어젯밤이 떨어져 있다
너무 얇은 홑이불 한 장
그 위에서 잠들었다
다리 사이에 어제를 끼워 넣은 채
꿈도 자라지 않는 깊은 잠이었다
날카로운 유리병 하나
입을 열고 연기를 흘렸다
편두통약을 혀 아래 넣고 녹였다
녹는 건 약이 아니라, 하루였다
햇살은 쓴맛을 잊지 않는다
빗물이 입술을 확인하듯
자꾸만 돌았다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빗방울이 창턱을 두드리며 도착했다
이름 모를 서명이 무릎 밑에 찍혔다
폭염은 소인을 생략하고 도망쳤다
계절은 늘 착불
문 앞엔 수취인불명의 그림자
자꾸만 나를 따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