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
먼지가 일어나는 순간
접혀진 자국 오래된,
축축한 밤비가 여러 번 접었다 펼쳐진다
국립공원 안내소 팜플렛 같은 너의 뒷모습.
희미한 주름 사이로
오래전 폐쇄된 야영장 번호가 불룩하게 솟아 있고,
금이 간 지도 옆에는
누군가 덧댄 듯한 '조심: 낙석 위험' 스티커가 붙어 있다.
너는 등으로 걸어간다.
정오의 햇살보다 늦은 속도로.
나는 아직 현위치에 있다.
붉은 점으로 표시된 ‘당신은 여기 있습니다’의 그곳.
문득 내 몸 전체가 붉은 점처럼 느껴지는 오후.
작고 정직하지만, 무기력한 위치 정보.
골목의 거울은 기울어 있다
골목 끝 벽에 기댄 거울 하나,
누군가 덜컥 기대어 놓고 간 철근처럼
길게 숨을 뱉고 있다.
거울은 아무것도 반사하지 않는다.
햇볕조차 거울 앞에서 일감을 잃은
일용직 인부처럼 헛기침만 남긴다.
그 조용한 패배 속에서 방 모서리에 도착한 빛이
사람들의 발목에 작은 햇살놀이를 건넨다.
햇살대신 고양이만 벽을 타고 오른다.
빛을 밟지 못한 몸으로,
남은 그림자를 따라 몸을 기울이며.
벽은 어제의 체온을 간직하고 있다
모서리에 앉은 고양이의 수염이 벽을 긁는다.
벽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굳은살 박힌
뺨이라도 되는 듯,
어딘가 울컥한 소리를 낸다.
그 소리 속에서 너의 뒷모습이 몇 초 늦게 도착한다.
팜플렛처럼 접혀 있던 시간의 종잇장들
그 안에 박제된 산새의 소리,
기념사진 뒤에 손글씨로 적힌 이름 모를 날짜,
버려진 우표의 점착 흔적들.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너의 뒷면을 펴보려 손끝을 가져간다.
그 순간 먼지가 날린다.
무언가 말해진 적 없던 문장처럼,
지금 막 말하려다 삼켜진 무엇처럼.
사진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