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골수리점

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by 적적

네가 변한 오르골은 느리게 등뼈를 끌며

원목 대관람차가 돌고있어요

파열음은 한 번도 질문하지 않았지요.
다정한 표정도 없이,
물어본 적 없이
말려 들어간, 맞물리지 못한 톱니
풀리지 않고도 풀려버린 태엽의 무덤.

너무 작은 책상,

간판도 없이 낡은 나무 바닥 틈새,
거기 빠진 십자드라이버는 주말 오후쯤
잠깐 문을 여는 수리점을 기다리지요.

아플 때는 소리를 삼켜 웅크리는 것,
그런 걸 동물들이 먼저 배우는 건가요.
꼬리를 건드리면
태엽이 풀리고


작은 송곳니로 손끝을 콱, 깨무는 거예요.
그렇게 한 번도 수리점에 들르지 못한 채
버려진 고양이처럼,
조용히.

대관람차는 기억을 불태우지도 못한 채
파열음과 파열음 사이를
건너며 돌고 있어요.

눈물은 감는 손을 잃어
시간은 태엽을 되돌릴 수 없어.


택배 상자 안엔
묘하게도 무덤이 동봉되어 있고,
닳아버린 나사의 뼛조각,
그 끝은 실린더의 모서리를
낮은 숨소리로 수리하는 손.
남은 뼈를 곱게 빻아
되돌려주는 분골사.

내세울 것도,
감출 것도 없는 직업.



음계가 멈춘 이후,
돌아오지 않던 음 하나가
기억의 심지에 불을 붙인다면

깨진 실린더 모서리에
당신의 목소리를 닮은 기름이
조심스레 스며들 거예요.
녹슬지 않은 나사는 없지만
딱 한 번, 바늘이 튕기지 않고
그 홈을 따라,
정확히 정직하게
기억이 흐를지도 모르죠.



고양이가 다시 집을 찾는다면,
창틀 밑에서
잊힌 머리카락 굵기의 스프링이
제자리로 돌고,
가느다란 숨결이
수리점 문틈을 비집고 들어올 거예요.

서랍 깊은 곳에서
낡은 기름 냄새를 먼저 기억해 낸다면
기억도 다시 연주될 수 있을까요



마지막 한 번,
다시 돌아가는 대관람차.
모서리에서,
작은 멜로디가
이 세계를 수리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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