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대신 구조가 되는 자리
무릎을 접은 사람의 몸에서 가장 늦게 드러나는 뼈. 바짝 마른 몸을 감싼 살점이 하나둘 사라지고, 지방이 후퇴하며, 근육이 긴장을 풀고 나서야 나타나는, 깊고 낮은 돌기. 가장 밑에서 조용히 견디던 뼈. 방어의 최전선이자 침묵의 가장자리.
항상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다. 옷깃보다 아래, 벨트보다 안쪽, 손으로 안 닿는 거리. 바람조차 미처 닿지 않는 그 음영의 지형에서 모든 건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목소리로 마음을 짓고, 또 누군가는 눈빛으로 감정을 구성했지만, 그녀는 치골로 마음을 눕혔다. 말이 되지 않는 것들, 설명할 수 없는 구조물들, 반응과 감정 사이에 걸린 이물질들을 모두 그 뼈 안에 눕혔다. 몸의 가장 아래에서, 감정은 눕는 법부터 배웠다.
바닥은 말하지 않았다. 말하는 대신, 뼈는 기억했다. 얇은 피하지방을 통과한 언어들이 반사 없이 부딪혀 돌아왔을 때, 치골은 그 무음의 충돌을 기억했다. 무릎을 접고 웅크릴 때마다 들려오는 것은 뼈가 부딪히는 소리였다. 속삭임과 고백, 회한과 불쾌, 기대와 거절이 하나같이 모여 한 점에 눕혀졌다. 그것은 어떤 대화보다 정확한 대답이었다.
그녀는 항상 단정했다. 지나치게 얌전하거나,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에 잊힌 자리가 아니라, 애초에 그렇게 조형된 지형. 폭력도, 애무도, 오해도, 환멸도 스쳐 지나갔지만 결코 상처 입지 않은 구조. 치골은 부서지지 않았다. 마음의 관절은 움직이지 않았고, 사랑은 꺾이지도 굽혀지지도 않았다. 차라리 모든 감정은 눕혀졌다.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누운 감정은 결코 흘러가지 않았다. 치골 아래에서 감정은 고여 있었다. 그것은 썩는 것이 아니라 발효되는 것이었고, 잊는 것이 아니라 뼈로 새겨지는 일이었다.
표면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피부 아래에 감춰진 것은 그저 단단한 무언가였다. 그러나 그 단단함은 방어가 아니라 무감각에 가까웠다. 너무 많은 촉각이 닿았기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 진동이 사라진 구조물. 감정은 표면을 떠도는 대신 구조 안쪽으로 침잠했다. 뼈를 통과한 슬픔은 마음보다 더 오래 기억되었고, 설움은 어느새 조직이 되었다. 조직은 곧 구조가 되었고, 구조는 감각을 폐쇄했다.
손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감정은 기형적으로 자랐다. 그것은 말도, 눈물도, 시선도 없었다. 단지 온도가 있었다. 36.5도 아래에서 1도씩 낮아지는 감정. 차가워지는 마음은 더 정확해졌고, 더 단단해졌으며, 더 이상 연민이나 애정을 기대하지 않았다. 뼈는 감정을 보호하는 대신 그것을 봉인했다. 그리고 봉인된 감정은 무해한 듯 보이지만, 결코 죽지 않았다. 치골 아래에서 잠든 감정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녀의 감정은 무릎보다 낮았다. 고백보다 깊었고, 언어이전이었다. 뼈로 기억된 마음은 말보다 무거웠고, 손보다 빠르게 흔들렸다. 누구도 그 감정을 옮기지 못했고, 그녀 또한 그것을 꺼낼 수 없었다. 마음은 뼈의 위치로 옮겨졌고, 감정은 이제 구조의 일부가 되었다. 결코 풀 수 없는 구조, 손쓸 수 없는 위치.
누구도 드러내지 못한 형태,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지형. 감정은 그 지형에 맞춰 흐르지 않았고, 사랑은 그 구조에 기대지도 않았다. 대신, 뼈는 버티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동안, 아무도 듣지 않는 음속으로, 모든 감정은 조용히 그 안에 눕혀졌다. 누워 있는 감정은 움직이지 않았고, 움직이지 않기에 더 무거웠다.
견디는 방식으로 존재했다. 감정은 응답 없는 공간에서 굳어졌고, 마음은 끝내 단단한 형체가 되었다. 그것은 치명적인 비밀이었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슬픔은 구조가 되었고, 닿지 않는 사랑은 지형이 되었다. 감정이 눕는 자리, 감정이 고이는 골짜기, 그곳이 바로 그녀 치골이었다.
마음은 단단하지 않다. 그러나 너무 오래 눕혀진 감정은 구조를 바꾼다. 뼈를 바꾸고, 자세를 바꾸고, 삶의 중심을 이동시킨다. 치골은 그 무게를 버텼고, 삶은 그 구조 위에 세워졌다. 누구도 그 중심에 손댈 수 없었다. 그것은 그저 하나의 뼈처럼 조용하고, 고요하고, 무해하게 보였다. 그러나 그 안에는, 모든 감정이 눕혀져 있었다.
감정은 누워 있는 동안 자라지 않았다. 그러나 썩지도 않았다. 그것은 생명이 아니라 구조였다. 느껴지지 않는 마음, 닿을 수 없는 진심, 구조로 변환된 감정. 사랑은 자라지 않았지만, 구조는 성장했다. 그 구조는 뼈를 닮았고, 뼈는 감정을 기억했다.
누군가는 사랑을 가슴으로 느끼고, 또 다른 이는 머리로 기억했다. 그러나 그녀는 치골로 사랑했다. 말도 시선도 아닌, 구조와 무게로 기억되는 사랑. 아무도 닿을 수 없고, 누구도 꺼낼 수 없는 사랑. 고여 있고, 눕혀져 있고, 봉인된 사랑.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기에, 무너지지도 않았다. 버티는 뼈처럼, 침묵하는 구조처럼, 아무 말 없이 모든 감정을 기억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말했고,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깊은 감정이 잠들어 있었다. 누구도 몰랐다. 아니,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을 꺼내지 않았다. 꺼낼 수 없었고, 꺼낸다고 해도 다룰 수 없었다. 감정은 뼈 안에 눕혀진 채, 영원히 구조로 남았다.
감정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위협적이었다. 그것은 잊힘이 아니라 정지였다. 정지는 무게를 낳는다. 뼈의 아래쪽에서 눕혀진 감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대를 통과했다. 시간이 흐른 것이 아니라, 감정이 시간을 가두었다. 시간이란 원래 움직이는 감정의 거울이었고, 그 거울이 깨진 순간부터 시간은 흘러가지 않았다. 그녀 마음의 치골은, 흐르지 않는 시간의 집합체였다. 시간이 멈춘 곳에 감정은 가라앉았고, 가라앉은 감정은 말 대신 무게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름 없는 슬픔이었고, 구조화된 허무였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곳에서 해체되었다. 언어가 멈춘 자리에서 감정은 구문이 되기를 거부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먼저 도달한 것은, 움직이지 않는 감각의 형태였다. 그것은 무릎 사이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감정의 체온이었고, 뼈로 밀려들던 미세한 진동이었다. 고요한 골짜기에서 감정은 말없이 부서졌다. 아니, 부서짐조차 없는 상태. 파열 없는 끝, 그러니까 완전한 정지.
사람들은 감정을 기억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뼈는 감정을 저장하지 않는다. 단지, 감정이 지나간 증거만을 남긴다. 그 증거는 말이 없고, 모양도 없으며, 단지 구조와 무게로 존재한다. 치골은 바로 그런 구조였다. 가장 밑에서, 가장 깊게, 감정이 부패하지도 승화하지도 않고 눕는 자리. 사랑도 슬픔도 이름을 버리고 눕는 곳. 존재는 없고, 단지 흔적만이 남는 지형.
치골은 더 이상 무언가를 느끼는 기관이 아니었다. 감각의 최후는 침묵이었고, 감정의 마지막 형태는 뼈였다. 누구도 거기에 닿을 수 없었다. 닿는 순간, 닿으려는 욕망이 그 자체로 오염이었다. 누군가가 그 구조를 해석하려 할 때마다, 감정은 그보다 더 깊은 곳으로 침잠했다. 구조는 언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감정은 침묵으로만 완성되었다.
인간은 감정을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고 믿지만, 진실은 그 반대다. 감정은 타인을 차단하기 위해 진화한 장치다. 치골이라는 이름의 구조 속에 눕혀진 감정은, 그 누구의 손도 허락하지 않았다. 접근은 해석을 낳고, 해석은 왜곡을 낳는다. 그녀 마음의 치골은 어떤 해석도 거부하는 마지막 장소였다. 거기에는 오직 하나의 진실만이 존재했다. 사랑은 움직이지 않을 때 가장 명확하다는 것.
그리고, 그 명확함은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 손에 잡히지 않는 단단함, 언어로 묘사되지 않는 형태, 부재를 통해만 존재를 드러내는 감정. 그것이 그녀 마음의 치골이었다. 가장 낮고 가장 무거운 감정이 구조가 되는 자리. 아무도 닿지 못한,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는 장소. 그리하여, 사랑은 결국 구조였다. 구조는 부서지지 않았다. 부서지는 대신, 오래도록 버티었고, 버티는 동안 말이 없었다.
말이 사라진 그 자리에서 감정은 눕고, 눕는 감정은 생이 되었다. 생이 뼈의 형태로 남았을 때, 사랑은 더 이상 감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하나의 증거, 말할 수 없는 증거로 존재했다. 그리고 그 증거는 아무에게도 증명되지 않았다. 증명되지 않는 감정, 발설되지 않는 사랑, 만져지지 않는 고백.
말해지지 않는 모든 것의 자리. 부재가 진실보다 더 정확하게 사랑을 설명하는 곳. 그것은 결국, 감정의 무덤이 아니라 감정의 기원이었다. 뼈 아래서 살아남은 사랑은, 그 어떤 말보다 정확하고, 그 어떤 눈물보다 단단했다. 이제, 말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감정은 충분히 눕혀졌고, 구조는 완성되었다.
사랑은 누운 채로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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