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끝에서 떨어지지 않는 물방울.
그녀는 왼발을 먼저 내딛는 사람이었다. 정강이와 발목 사이, 관절이 꺾이는 지점, 뼈와 뼈 사이가 닿을 듯 말 듯, 그런 틈새에서 말없이 흘러나오는 습관 같은 것이 있었다. 늘 그렇듯 그녀는 조용한 습관의 사람처럼 등장했다.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이질적인 고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눈빛, 무게 중심이 항상 몸의 왼쪽으로 기울어 있는 느낌. 사람들은 그것을 '기이하다'고도했고, 어떤 이들은 '관능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녀 자신은 그 단어들 사이에서 무감하게 웃었다.
그녀는 굽이 낮은 구두를 신었다. 무광의 검은색, 가죽이었지만 반질거리지 않는, 오래 닳아 있었지만 결코 낡지 않은 그런 구두. 발목이 드러나는 바지를 즐겨 입었고, 허벅지와 종아리 사이의 실루엣은 선을 그리는 듯 분명했지만, 결코 직접적으로 육체를 말하지 않았다. 보는 사람은 결국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피부 아래로 흐르는 혈관, 그것이 굽이칠 때의 체온, 앉았을 때 복사뼈 위로 포개지는 다리의 그림자.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모든 감각은 명확하게 제시되었다. 그녀는 시각보다 명징한 냄새와 소리를 가진 존재였다.
복사뼈가 어딘지 아세요?
그녀는 그런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다. 질문이 아니라 무언의 초대처럼 들렸다. 누군가는 그냥 웃었고, 누군가는 당황했고, 누군가는 그녀의 발목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복사뼈는 물리적인 장기나 뼈가 아니었다. 그것은 일종의 기억, 그녀가 견딘 삶의 굴곡이 스며든 지점, 몸으로 내려온 마음의 파편 같은 것이었다.
쉽게 만져지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러나 아주 우연히, 어떤 방향에서 그녀의 몸을 바라볼 때-이를테면 그녀가 턱을 살짝 들고, 옆모습을 드러내며 웃을 때, 혹은 책상 위에 한쪽 다리를 올리고 복사뼈 아래에 손가락을 걸칠 때-그것은 마치 비밀의 문턱처럼 형체를 드러냈다.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앉아 있는 그녀의 옆모습은 사전의 어떤 단어도 떠오르게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순간 그녀의 주변엔 미세한 정전기 같은 감정이 맴돌았다. 그 기운은 조심스럽게 목덜미에서 시작해 등을 타고, 손끝과 발목에 닿아서는 멈추곤 했다. 그런 감각은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타인의 결핍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만 가능했다.
그녀는 화장기 없는 얼굴을 자주 하고 다녔다. 그러나 립스틱 하나로 얼굴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재주가 있었다. 그건 단순히 색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색을 바르기 직전의 숨, 손거울을 바라보는 눈동자, 입술을 다문 후의 정지된 시간 때문이었다. 그녀는 색을 바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순간을 연출하는 배우에 가까웠다. 입술의 가장자리에 남은 붉은 잔상이 사라지기 전까지, 그녀는 그 장면 전체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결코 본심을 말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혼자 걷는 모습을 좋아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녀는 군중 속에서도 외로웠고, 골목에서도 당당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가면 언젠가는 무언가를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복사뼈, 혹은 그보다 더 깊은 것—그녀 마음속에 숨어 있는 어떤 미세한 균열, 또는 오래된 슬픔, 혹은 단단히 감춘 쾌락의 기억. 그녀는 그것을 스스로도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지만,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감각이라는 건 언제나 논리보다 선행되었고, 그녀는 말보다 먼저 냄새와 체온으로 대화를 나눴다.
가끔 그녀는 정체불명의 향수를 뿌렸다. 아주 옅고 오래 남는,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졌다가도 옷깃 사이에서 되살아나는 냄새. 그 향은 사람을 무방비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낯설고, 다음엔 익숙했고, 그다음엔 감정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뿌리는 향이 그렇게 깊이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어쩌면 그것이 그녀가 선택한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몸을 드러내지 않고도 유혹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
그녀가 천천히 허리를 숙이며 떨어뜨린 펜을 주웠다. 아주 사소한 동작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의 등 라인을 따라 흘러내린 셔츠의 주름, 무릎을 굽힌 다리와 복사뼈 위로 살짝 올라간 바지단, 그리고 허공에 잠시 멈춘 손끝 그 모든 것이 일시적으로 하나의 프레임 안에 갇혔다. 그 장면은 오래전 어떤 예술가가 그렸던 누드화보다도 더 완성된 풍경처럼 보였다. 복사뼈는 그 장면의 중심이었다. 그것은 몸의 끝이면서 시작이었다. 닿을 수 있는 유일한 마음의 출구.
그녀는 늘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말투, 눈빛, 손끝의 방향, 앉는 자세, 걷는 리듬. 모두가 정교하게 조율된 악보 같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단 하나의, 유일하게 솔직한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복사뼈. 그것만은 그녀가 숨기지 못한 마음의 부스러기, 욕망이 흘러나온 틈, 과거의 고백. 말로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복사뼈로 말했다. 그건 몸이 낼 수 있는 가장 조용한 소리였다.
언젠가 그녀는 그 복사뼈에 작은 문신을 새겼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어떤 이는 그것이 붉은 점이었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고양이의 꼬리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가만히 웃었다. 그런 침묵은 늘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몸이 먼저 말하는 사람의 침묵은, 늘 가장 솔직한 고백이었다.
그런 말을 남긴 적도 있다.
마음이라는 건 뼈보다 더 잘 부서지니까요.
누구도 반문하지 않았다. 그 말은 유일하게, 그녀를 설명하는 데 완벽한 문장이었다. 관능적이라는 것은 결국, 그처럼 연약한 무언가를 몸 안에 숨기고도 걸어 나오는 기술이었다.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부서지는 감각. 그녀는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건넜다. 발목으로, 복사뼈로, 그리고 그 안쪽에서 천천히 말라가는 마음으로.
복사뼈는, 실제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잊히지 않는 한 순간, 혹은 평생을 지배하는 하나의 장면, 혹은 반복해서 떠오르는 특정한 체취. 감정은 때때로 특정한 신체의 지점에 고여 남는다. 그녀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쉽게 웃지 않았고, 쉽게 만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몸을, 마치 언어처럼 다루었다. 필요한 순간에만 꺼내고, 반드시 어딘가로 되돌려 놓았다.
그녀는 복사뼈로 걷고, 복사뼈로 기억했다. 그녀의 사랑은 관절처럼 꺾였고, 그녀의 이별은 뼈마디처럼 소리 없이 부서졌다. 아무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그녀를 기억했다. 그건 복사뼈 때문이었다. 사랑의 중심이 가슴이 아니라 발목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는 그 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 증명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문장처럼.
오직 그녀만의 방식으로 남았다.
사진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