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캠핑 모드
내 바로밑의 동생 미미는 테슬라를 타고 있다. 이번에 시카고 가서 테슬라차를 타보았다. 앞트렁크를 열면 일반차는 엔진이 들어있는데, 이차는 텅 비어있어 일반차와 다름을 확연히 느낀다. front trunk를 줄여 프렁크라고 부른다던가.
한동안 운동에 몰두했었는데 이에 더해 차박과 텐트등 로드트립 준비에 한참인 것 같다. 동생은 이 차가 갖고있는 많은 장점중에 캠핑에 최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캠핑은 잘때 온도를 맞추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 아닌가? 텐트안을 차안같이 온도를 맞출 수 있다는 말을 우리들은 듣고도 믿지 못했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이번 시카고 여행에서 2박3일의 캠핑시간이 있었다. 동생은 우리들이 오기전에 테슬라 차에 맞는 텐트와 장비등을 준비하는 것같았다.
위스콘신의 케틀 모레인 스테이트 포레스트(Kettle Moraine State Forest) 공원을 가는데 나와 동생이 한차를 타고 바니 차에 다른 자매들이 탔었다. GPS에 Kettle Moraine State Forest 라고 입력하고 열심히 달렸는데, 아무리가도 입구가 나타나지 않아서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동생에게 전화했더니, 그 다음에 "Southern Unit" 까지 입력을 해야한다고 했다. 공원이 남북으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는 그 주변을 돌았던 것 같다. 이 공원 자체의 길이가 100마일에 걸쳐 있다고 하니, 남쪽 유닛인지 북쪽 유닛인지 제대로 알고 갔어야 했다.
아직도 1시간을 더 가야한다고 나오는데, 그전에 충전하라고 차가 알려주고, 충전소 가는 길로 안내한다. 8대 이상을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였는데, 빈자리가 없어서 잠시 대기하다가 자리를 잡고 전기를 꼽으니 충전되기까지 45분이 걸린다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점이 가스차와 다른 점인 것 같다. 동생은 저녁에 집에서 충전하면 밖에서 할일은 그다지 없다지만, 이렇게 여행을 하게 되면, 충전시간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았다. 차가 충전되는 동안, 우리는 그 근처에 있는 마트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냈다. 동생말에 따르면 빠르게 충전되는 곳이 있는데, 시골에서는 찾기 힘들다고 했다. 적당히 충전하고 공원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갔다. 어둡기 전에 텐트 치고 하는 것을 서둘러야 했다.
동생이 가져온 텐트는 테슬라 차 트렁크를 열고 그것과 연결해서(중간 부분은 트렁크에 텐트를 입힌다고 보면 된다) 펼수 있었다. 폴대로 기둥과 골격을 세우는 텐트만 보다가, 바람을 넣어 세우는 이 텐트는 특별했다. 사람이 걸어다닐 만큼 높았고, 넓었다. 뒷좌석을 접고 매트리스를 까니, 2층방처럼 느껴졌다. 뒷좌석밑으로 4명은 텐트안에 매트리스를 깔고 침낭을 폈다 조금 두꺼운 침낭, 얇은 침낭, 종류도 각각이어서 어느것이 성능이 좋은지 다음날이나 알게 될 일이었다. 일반차는 트렁크를 열고 있으면 배터리가 빠지는데, 테슬라차의 캠핑모드는 트렁크를 열고도 차안 온도를 맞출 수 있게 모드가 설정되어 있었다. 차안에 애완동물을 놓고 내려야할 때, 엔진을 끄고도 온도를 맞추는 "애완견 모드"도 있다고 했다. 전기차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 모든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캠핑에 대해선 모두가 할말이 많은지라, 어떤 장비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고, 무엇이 좋고 나쁜지, 그런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특별히 에어 매트리스가 자다보면 바람이 빠져서 땅바닥에 자는 것과 같은 고생한 경험들이 있는지라, 좋은 매트리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점에 있어서는 바니 동생 부부가 손님이 올때 방바닥에 깔아주던 그 매트리스를 추천했는데, 이것은 매트리스라고 부르지 않고, 슬리핑 패드라고 해야 찾을 수 있었다. 특별히 REI 제품이 좋다고 해서, 그 아웃도어 전문점에 가서 필요한 사람은 하나씩 구입하기도 했다. 일단 높이가 낮고, 스스로 바람이 들어가고, 부피가 작아서 좋고, 우리들이 모두 그 패드에서 하룻밤씩 자보면서 성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베개도 에어 베개를 쓰면 부피가 한줌도 되지않아 베개문제도 해결된다. 막내는 전기담요를 구입했는데, 이것이 너무 좋다고 목청을 높여 떠들어도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아서, 또 웃음이 터졌다. 아침나절에는 전날 어떻게 잤는지, 그 문제를 토론하느라 아침부터 목들이 쉬어버릴 정도였다.
막내는 야전침대도 하나 캐나다에서 지천을 들으면서 가져왔는데, 그것도 요긴하게 쓰였다. 한여름에 이불을 차낼 정도로 너무 따뜻하게 캠핑했던 기억 때문에 미미는 두꺼운 침낭 필요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다음날 아침 아주 추웠다고 말했다. 친구들과의 캠핑 경험 때문에, 온도를 높이지 않아서 그랬다고 투덜댔다. 미련해 보이는 두꺼운 침낭을 가져온 나는 그럭저럭 잘 잤다.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텐트안 온도를 맞추고 따뜻하게 잘수 있다는 말을 믿지 않았었는데, 다음날은 온도를 올리고 잔다고 하더니, 텐트속이 따뜻했다. 가을에 텐트에서 자면, 전기장판등이 없으면 살떨리는 추위가 있는 것을 알기에 신기하긴 했다.
두번째날에는 세째언니와 형부가 합류하셨다. 세째형부는 "좋은 집 놔두고 왜 밖에 나와서 고생인지 모르겠어" 이렇게 캠핑하는 우리들에게 말했었는데, 조금 물이 들었는지, 형부의 밴에 차박설비를 해서 가져오셨다. 이불을 깔고 했지만 차에서 잔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어서 처제들이 돌아가면서 걱정을 했다. 형부 언니는 매년 겨울이면 남쪽으로 골프여행을 떠나는데, 그때 가면서 하루밤이라도 잘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셨다.
화장실을 가려면 한참을 걸어가야했다. 세수하는 것, 양치하는 것 모두 불편해서 젖은 물수건으로 대강 해결하기도 했다. 둘째날 저녁 모두 모닥불가에 앉아서 젖은 수건 하나씩 들고, 단체 세수하는데, 그 장면이 그날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형부는 세수한 수건으로 발가락 사이까지 닦는 바람에 폭소가 나왔다. 왜 이리 불편한 일을 하는 것이냐 할 때, 특별히 반박할 말이 없다. 일상을 떠나 불편함에서 얻는 큰 기쁨들이 있다는 말을 할수밖에.
두분은 차에서 주무시겠다고 하셔서 전기 담요도 드리고, 잘 주무시기를 바랐지만, 다음날 아침 한잠도 못주무셨다고 했다. 텐트에서 잔 사람들은 둘째날에는 따뜻하게 잤기에 입이 닿도록 슬리핑 패드가 필요하고, 전기히터등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캠핑을 하다보면 너무 불편해서 다시 안하던지, 편안하게 만들 방법을 찾게 되는데, 우리같은 집은 캠핑 트레일러를 구입한 경우이고, 그래봤기에 그것만 있으면 다 해결이 될 것이라는 것이 얼마나 단순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됐다.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라고 할만하다. 여행을 생각할 때 여러가지 대안들이 있지만, 각자의 취향과 경제적 여건에 따라서 파도에 밀리듯 관심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 같다. 무게 나가지 않는 것, 부피가 크지 않는것, 쓰기 편안한 것등을 찾아 귀동냥이 필수이다. 바니네 집은 텐트도 침낭도 슬리핑 패드도 비싸지만 제대로 된 것을 구입한다고 했다. 그집 텐트에서 자보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연구해서 하나씩 구입하는 그집 남편의 안목이 쓸만해 보였다.
둘째날 모닥불가에서 서로의 삶을 나눴던 시간들이 즐거웠다. 시골에 사는 나와 조엔언니는 궁지에 몰릴 때가 있다. 너무 외톨이로 살아가는 것같다는 걱정과 함께. 그런 우려들에 대해서, 소박하지만 나름대로 움직이고 있는 이곳의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마음을 터놓게 되는 한두명의 친구들이 생겼다는 이야기까지.
해먹을 가져갔지만, 사진찍기용으로 잠깐씩 올라타보는 정도였다. 눈썹 문신 때문에 떡진 머리로 며칠을 살았더니,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질 수 없었다. 마음에 안드는 사진은 그 시간들을 즐겁게 회상하는 데 방해가 되긴 하지만, 북미주의 6자매 플러스 1명의 남자 세째형부까지 좋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시간이었다.
동생은 남편들을 떼어놓고(?) 온 자리인 만큼 세째언니도 혼자 왔으면 하고 기대했다. 그러나 두분은 한번도 떨어지는 법이 없으니 어쩌랴. 세째형부는 처음봤을 때 어깨에 기어오르던 애기 처제들이 모두 늙어간다며, 옛 이야기를 종종 하신다. 이제는 입만 열면 자랑이 나온다는 세째형부, 언니는 모진 세월들을 다 이겨내고 열매를 맛보고 계신 것같기도하다. 아직은 우리들이 도달하기 힘든 평안한 삶을 보게 되어 샘이 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얼마전에는 갑자기 겨울의 입구에서 홀로 캠핑을 떠났노라는 미미 동생의 소식이 카톡을 타고 날아왔다. 이웃도 없고 쓸쓸할 공원에 가서 홀로 차박 캠핑을 한다니, 제정신인가 싶기도 했다. 동생은 하나하나 장비를 구입하면서, 그것을 사용해보고 싶고, 어떤 밤을 지새우게 될지 자못 궁금했다고 했다. 여행을 떠나기전에 집앞 주차장에서 차박을 한다는 소식도 전해들었는데, 그런 연습을 하다가 실행한 것이다. 그리고 그날 테슬라 차위로 누군가가 돌멩이를 던져서 유리가 금이갔다는 소식까지 들렸으니 이제는 포기할만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소식은 점입가경, 차가 수리되는 대로 캐나다 여행을 오겠다고 했다. 남편과 경영상의 마찰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서 머리도 식힐겸 이 먼거리를 오겠다는데 우리는 당연히 환영하긴 했지만 좀 걱정이 됐다.
혹시 계획이 바뀌지 않을까, 하면서 전화를 했더니 웬걸 하루전 출발해서 가보고 싶었던 곳에 가서 구경을 한다음 캐나다로 온단다. 그리고는 이곳에 온지 벌써 4일째가 되어간다.
두번째 날에는 혼자 차를 끌고 나가서 동네 공원을 찾아서 수제비를 끓여먹었다는 동생. 그 모든 새로운 일을 하면서 기분이 어떨지 맛보는 맛이 기가막히다고 했다. 어제저녁 우리집에서 자고, 아침에 함께 공원길을 걸었다. 눈이 오니, 가지 말까 했더니 눈오는 이런 날 걸어야 한다면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오늘은 산행이라고 불릴만한 산길을 같이 걷기도 했다. 엊저녁에 내린 눈으로 발자국을 따라 걷다가, 길을 잘못 들어 돌아나올뻔 하기도 했지만, 결국 잉글리스 폭포까지 다 걷고왔다. 야외의 찬 공기를 마시면서 이렇게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좋다고 몇번을 말한다.
캠핑 이전에 운동에 꽂힌 동생이다. 시카고 갔을때 그애가 속한 그룹에 가서 우리들도 함께 했다. 피클볼이라고 요즘 유행하는 조금 쉬운 버전의 테니스라고 보면 된다. 동생 언니들을 데리고 간 그애에게 그룹들이 응원을 해줘서 4명이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이뿐 아니라 테니스를 많이 해서 경기도 하고. 탁구와 골프도 그애가 한참 빠졌던 스포츠이다. 피곤을 모르는 강철체력이 되었다. 최근에는 오른쪽 어깨가 아파서 운동을 자제하는 중이라고 했다.
대강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집중하는 그애는 우리 가족중 누구를 닮았는지 모르겠다. 나와는 어렸을때 많이 싸웠다. 직선적인 그애와 내가 많이 달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애나 나나 느리게 자라는 자식을 두고 있어서 마음이 편안치 못하다. 더불어 그애에게는 타협을 모르는 차를 너무 사랑하는 남편과의 갈등도 꽤 커 보인다.
그집엔 차가 많다. 현재 가장 작은 수의 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데도 3대가 있다. 가족이 4명인데, 많을 때는 5대가 있었다고 했다. 1대를 갖다주고 새차를 고르는 중인지라, 지금도 어떤 차를 가져올까 전전긍긍이라고 했다. 차를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서, 그것으로 속썩고 있는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5개의 가게를 했을 때도 있었으니, 한참 벌때는 감당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사업을 키우는데, 좋아하는 차를 구입하는데 온힘을 쏟는 것같은 제부는 평범한 사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동생도 참견할 수 없는 영역이어서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 같다.
동생은 집의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몰랐을 때가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몇년전부터 동생이 함께 나가서 비즈니스를 돕고 있는데, 여러가지 손익 계산이 맞지않아서 갈등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작년에 동업으로 문을 연 카페 "공차"까지 있어서 마음이 복잡하다. 게다가 자주 타지도 않는 스포츠카를 항상 소유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갈등에 어떤 해결을 찾기위해 먼먼 거리를 홀로 여행온 그애는 차박과 캠핑을 준비하듯, 집안의 대소사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스스로가 해답을 찾게 되기를 기도한다. 누구에게나 그정도의 어려움은 있는 것이 아니냐고, 감당할만해 보여서 하나님이 내게 주신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시카고 갔을 때 그애 집에서 자매들이 하룻밤 잤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던 많은 이불들을 최근에 정리해서 버렸다면서, 마음이 개운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왜 그 이불들을 끌어안고 있었는가 생각해봤더니, 가족들이 오면 쓸 생각에 버리지 못했다고 했다. 오랫동안 쓸 일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번에 갔을 때 우리들은 모두 폭신한 이불에서 그애의 큰 방에서 모두 잘 잤기에, 얼마나 더 많은 이불들을 가지고 있었는지 상상이 되진 않았다.
우리가 시카고 여행이 어땠는가 나눌때, 받은 환대가 너무 커서 고맙다고 했더니, 아이들 어렸을때 매년 캐나다에 가서 대접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니 고마웠다. "오라고 하지 않는데, 바쁜 생활을 하는 니네집에 올수가 있겠느냐"고 변명삼아 말했더니, 가족인데 오고 싶으면 오는 것이지, 오라고 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이번에 미미 동생이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캐나다에 출현한 것을 보니, 그애가 말한 말이 맞는 것같다. 가족이니, 오고싶을 때, 보고싶을 때 보는 것 말이다. 운전거리 10시간 정도면 방문하기 딱 좋은 거리인가 보다, 그애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