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미에도 불구하고
고속버스를 좋아한다.
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봉인된 시공간이
나는 좋다.
그렇게라도 유폐하는 시간 동안
빛과 소리에 대한 감각이 바뀐다.
원래대로 어쩌면 새롭게.
타인의 주의와 수고, 기량에
생사까지 맡기고
나는 그저 나로 있는다.
있고자 한다.
멀미 때문이 아니라
멀미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버스에서 내릴 때
나는 종종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세계를 만난다.
묻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여긴
어떤 우주인가요?
좀 더 친절하고
다정한 우주라면 좋겠다.
休
부기: 생사와 안전을 타자에게 맡기는 것. 그것이 인류이고 문명의 비밀이다. 서로가 다른 사람의 삶을 맡아 주는 것. 그러므로 최고의 가치는 ‘돌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