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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니킴 Dec 10. 2023

2014년 10월 이후, 달라진 것들 (2)

Rebirth #7 건강한 나를 위한, 운동 

한 달 동안 다리를 사용하지 않고 누워만 있으니 다리가 점점 야위어갔다. 다리가 제 기능을 하지 않으니, 살은 계속 빠지고 근육은 메말라갔다. 다친 다리의 허벅지가 양손으로 잡아도 잡힐 정도였다. 


다시 두 발로 온전히 걷기 위해, 근육과 신경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재활 및 운동이 필요했다.

우선 목발과 함께 걷는 운동부터 시작하며 다리에 자극을 주었고, 어느 정도 절뚝거리며 걸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을 때 다른 운동을 병행해 보기로 했다. 바로 '수영'이다. 


사실 나는 7살 때부터  엄마의 권유로 수영을 다녔다. 지구력과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명목하에 시작된 수영이었는데, 너무 잘 맞아서 20년이 넘게 수영을 할 수 있었다. 나에게 이렇게 소중한 '수영'은 익숙한 운동이었기에 물속에서 중력의 힘을 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다리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수영으로 재활을 시작했다. 






물 안은 너무 자유로웠다. 

분명 땅에서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고통이었는데, 물속에서는 내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 마치 내가 사고 나기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사실 나는 사고 이후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일명 PTSD)에 시달리고 있었다.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고, 걸을 수 조차 없는 현실에서 오는 극심한 우울증과 자괴감에 빠지는 마음의 병이었다.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영을 할 때는 전혀 우울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소름 끼치게 행복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자유롭게 다리를 쓸 수 있다니! 


얼마 만에 느껴보는 '자유'인지. 태평양을 자유롭게 누비는 한 마리의 돌고래가 된 것 같았다. 

한 곳에서 머무르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너무 자유롭고 행복했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던 것들이 봉인해제가 되는 가벼움을 느낄 때마다 내가 물 같이 느껴진 적도 있다. 그렇게나 자유로웠다.

 


물속에서의 나는, 또 살아있음을 느꼈다.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주 3회 수영을 다녔다. 꾸준한 걷기 운동에 수영을 병행하고 엄마의 보양식들을 먹으며 나는 빠른 속도로 회복해 갔다. 빠른 속도로 뼈도 많이 붙었고, 다리에 멍도 빠지며 예전의 내 다리로 돌아왔다. 그렇게 나는 수술 후 반년만에 목발 없이 두 발로, 내가 원하는 대로 걸을 수 있는 다리가 되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운동했기 때문에 이뤄낸 빠른 성과였다며 이렇게 빨리 뼈가 붙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하셨다. 주치의 선생님은 덧붙여 '너 정말 이겨내고 싶었구나'라고 해주셨는데, 그동안의 피눈물 나는 노력들을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너무 뿌듯했다. 


나는 이때 '운동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꾸준한 걷기 재활운동과 수영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몸과 마음이 회복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동을 하면 외적으로는 물론이고 내적으로도 건강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내적으로도 더욱 단단해지고 건강해지며 그로 인해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우선, 운동은 내 삶의 의욕을 생기게 해 준다. 

운동 가기 싫고 운동하러 가기 귀찮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정들을 이겨내고 운동을 해내고 나면 큰 성취감과 함께 스스로가 해냈다는 마음에 뿌듯하고 대견해진다. 나를 위해 엄청난 일을 해냈고, 오늘 하루 정말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나 스스로가 기특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 않을까. 


그리고 운동하는 내내, 지금 현재의 운동을 하는 행위와 힘듦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내가 우울해하거나 걱정했던 것들이 생각나지 않아서 좋았다. 운동을 하는 시간 동안은 과거나 미래에 머무르지 않고 나를 현재에 있게 해 주었다. 실제로 엄청 불안해하고 미래를 걱정하던 내가 운동하는 동안은 그 생각들이 나지 않아서 좋았다. 운동을 다 마치고 나면 스스로에게 성취감이 들어 걱정하고 불안했던 것들이 생각나지 않았고 만약 생각이 났더라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일기 중 일부 발췌 - 1
요즘 수영이 너무 재밌다. 운동하고, 건강하게 사는 삶 너무 좋다. 
예전보다 '운동'의 참 의미를 깨닫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수영 못 하는 날이면 한강이라도 걷고 와야지! 



일기 중 일부 발췌 - 2 
웬걸.. 오늘 오리발 꼈다고 자유형 20바퀴를 하라고 하셨다. 20바퀴니까 최대한 힘 빼고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겠구나 싶어서 몸에 힘들어가면 힘 빼! 힘 빼! 하면서 했더니 한 번도 안 쉬고 20바퀴 모두 성공했다!!! 하루하루 뿌듯한 나날들. 나 스스로가 대견했다. 





이렇게 나를 현재로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운동의 진정한 맛을 본 이후로 나는 아직까지도 수영을 이어가고 있고, 요가를 병행하며 몸과 마음의 근육을 더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건강하게, 더 나아지며 현재에 존재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 삶을 더 잘 살기 위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운동]이 내게 참 중요한 인생의 가치로 자리 잡게 되었다. 건강한 나. 말만 들어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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