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회는 획일화된 것에서 다양화된 것을,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것을, 이성뿐만이 아닌 감성을, 주류만이 아닌 비주류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날 혁명적인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되었고 이 정보는 상상만큼이나 놀라운 속도로 공유되고 있다. 사람들이 전세계의 정보를 자유롭게 교류하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념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회는 더욱더 차별화되는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있으며 동시에 창의력에 대한 갈망과 수요도 높아져가고 있다.
사전적으로 창의력이란 예술, 과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따라 다르게 정의 되고 있으며 그 정의가 무려 65개가 넘는다. 따라서 이중에서 딱하나를 채택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창의력에 대한 수많은 정의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새로운 무엇을 만드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훔쳐라, 아티스트처럼》, 《보여줘라, 아티스트처럼》의 저자 오스틴 클레온은 ‘새로움’에 대해 이야기할 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솔로몬 왕의 말을 인용한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새로운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첫째,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세상이 모르는 것을 지금 발견한 것이거나 둘째, 이미 있는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엮어 세상이 모르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새로움이란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내가 아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의력이란 바로 나 자신과 세상이 몰랐던 무언가를 찾고 발견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당신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한 당신은 많은 사람이 따르는 관습과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과거 탐험가들이 세상이 모르는 곳을 용기 있게 탐험하여 지도의 한계를 넓혔듯, 당신은 당신이 알고 있는 사고의 지평선을 더욱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이 창의력을 발휘할 때, 당신의 두뇌 안에서는 서로 조화를 이루고 신호를 건네는 신경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당신의 사고의 지평선이 확장될수록, 당신의 신경세포들이 만들어내는 네트워크 지도 또한 더욱 촘촘하고 복잡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창의력을 얻을 수 있을까? 무엇이 당신의 사고의 지평선을 확장하여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것은 바로 What If 질문을 통해서 가능하다. What If 질문들이 당신의 창의력을 극대화시켜줄 것이다.
베스트셀러 소설들의 공통점은 바로 확실한 What If 질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작가 래리 브룩은 "베스트셀러 소설들의 공통점은 바로 확실한 What If 질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대체 왜 어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많은 사람이 사랑하고 기억하는지, 그리고 왜 어떤 책은 워스트셀러가 되어 사람들이 그 존재조차 모르는지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베스트셀러란, 단지 출판사와 서점의 마케팅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했다. 래리 브룩은 자신의 소설과 비문학 베스트셀러와 전 세계의 소설, 시나리오, 연극 등 수많은 책을 분석했고 베스트셀러의 핵심 비결을 발견했다. 그것은 What If 질문이다. What If 질문이란 ‘만약 (무엇)하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방식의 가정적이고 발산적 질문이다. What If 질문의 가정적이고 발산적인 특징은 사고의 지평을 무한히 넓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What If 질문의 대표적 예는 세계적인 작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이다. 댄 브라운은 다음의 What If 질문을 통해 이 작품을 재미있게 진행시켜 나간다.
‘만약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최후의 만찬이라는 그림 안에 기독교에 관한 그의 진실과 비밀을 숨겨놓았다면 어떻게 될까?’
댄 브라운은 바로 이 What If 질문을 통해서 《다빈치 코드》의 박진감 넘치고 궁금하고 강렬한 도입을 만들 수 있었고 이것이 연속적으로 인물과 주제와 극적인 드라마 구조와 연계되게 하여 손에서 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또한 이 What If 질문은 다음과 같이 또 다른 What If 질문들을 유도하여 전체적인 소설의 이야기 장면과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만약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매우 은밀한 조직이 있어 이 비밀을 지키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그들이 그 비밀을 지키려고 사람들을 죽이기까지 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그것 외에 또 다른 비밀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성배(Holy Grail)가 마리아 막달레나의 자궁을 상징하는 것이고 예수에게 후손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예수의 후손이 현재까지 살아 있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이 비밀을 알고 있는 또 다른 신성한 조직의 멤버였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루브르박물관의 큐레이터가 그가 알고 있는 이 비밀 때문에 살해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그 학예사가 죽을 때 그의 피로 숨겨진 메시지에 대한 단서를 남겨놓았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이야기 주인공이 살해된 학예사의 단서를 풀기 위해 불려 왔지만 오히려 그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주인공을 돕는 여자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면? 그녀가 2천 년 동안 감추어져온 비밀과 매우 중요한 관계
가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될까?
만약 주인공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주인공을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를 조종하려 하고 그의 능력을 이용해서 악한 목적을 이루려 한다면, 또한 주인공이 알고 있는 비밀 때문에 그를 죽이려 한다면?
이렇게 댄 브라운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What If 질문들과 소설 주제, 인물들을 연결하여 방대한 양의 소설을 시작부터 끝까지 매우 박진감 넘치게 써내려 갈 수 있었다. 댄 브라운처럼 What If 질문들을 활용한다면 당신도 충분히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해낼 수 있다.
역사에 가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역사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역사가들이 시대를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증명할 수 없는 가정으로 역사를 해석하고 논의하는 것은 역사학적으로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정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가정을 통해서 역사를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볼 수 있고 참신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하고 여기에 참신한 가정을 입혀 새로운 이야기를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를 팩션(Faction)이라고 한다. 대표적 팩션으로는 사극 영화나 사극 드라마가 있다.
<광해>, <왕의 남자>, <암살> 등 관객 천만을 넘긴 시대물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다빈치 코드》의 예와 같이 강력한 What If 질문들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1200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의 경우, 실제 광해군 시절 기록된《승정원 일기》 중 15일간의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다음의 What If 질문들을 던진다.
만약 이 시간에 왕이 독에 당해 쓰러졌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왕과 외모가 똑같은 광대 출신의 주인공이 쓰러진 왕을 대신해 잠시 왕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광대 왕이 점점 자신의 의지 대로 정사를 펼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만약 광대 왕이 펼친 청치가 대신들의 반발을 사고 대신들이 광대 왕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What If 질문은 사고의 지평선을 확장하게 하고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What If 질문들은 당신의 창의력을 극대화해준다.
What If 질문이 매우 중요한 분야는 과학이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자들은 독창적인 What If 질문을 던질 줄 알았다.
아이작 뉴턴이 케임브리지대학교 학생 시절 경험한 사과 나무 일화를 보자. 뉴턴은 일반인들과 달리 물체가 땅에 떨어지는 현상을 당연시 하지 않았다. 그는 이 현상이 도대체 왜 일어나는지를 고민했고 What If 질문을 수없이 던졌다.
만약 모든 물체의 운동이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존재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만약 지구와 떨어지는 물체 사이에 어떠한 당기는 힘(만유인력 또는 중력)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만유인력이 존재한다면 두 물체의 물리량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두 물체의 질량과 두 물체 사이의 거리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황우석 전 서울대학교 수의과 대학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2006년, 일본 고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는 자신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가져다준 ‘인공 다능성 줄기 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 세포) 기술’을 세계적 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iPS 세포 기술이란 이미 성숙하고 특화된 어른 세포에 4종류의 유전자(Oct3/4, Sox2, c-Myc, Klf4)를 도입시킴으로써 인체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 가능한 만능 줄기세포로 재프로그램하는 혁신 기술이다. 난치병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장기세포를 ‘iPS 세포 기술’을 통해 시험관에서 무한 생산하고 이식할 수 있다면 인류의 오랜 꿈인 무병장수가 가능하게 된다. 어떻게 그는 iPA세포 기술을 생각해냈을까?
야마나카 신야 박사는 자서전 《가능 성의발견》에서 당시 거의 모든 과학자가 배아 줄기 세포(Embryonic Stem Cells, ES 세포)를 원하는 체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배아 줄기 세 포 연구는 치명적인 단점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인간의 배아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문제이고 둘째는 배아 줄기 세포를 몸에 이식했을 때 나타나는 면역 거부 반응 문제이다. 여기서 그는 2001년에 보고된 고베 대학 타카시 타다의 논문을 읽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타카시 타다는 쥐 흉선세포를 쥐 배아줄기세포와 전기적 세포 융합(electrofusion)을 했을 경우 쥐 흉선세포가 전분화 능력을 얻는다고 보고했다. 이 논문을 읽고 그는 다음의 What If 질문들을 던졌다.
만약 쥐 흉선세포가 전분화 능력을 얻는 이유가 배아줄기세포 안에는 존재하고 일반 체세포에는 없는 어떤 특정한 유전자 때문이라면 어떻게 될까?
만약 이 유전자를 찾아내서 일반 체세포에 넣어주면 어떻게 될까? 만능 줄기 세포가 되지 않을까?
야마나카 신야 연구팀은 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품고 열심히 연구한 끝에 수 천 개의 유전자 후보에서 스물네 종류의 유전자 후보로 좁힐 수 있었고 다시 이 스물네 종류의 유전자 후보에서 인공 다능성 줄기 세포를 만드는 데 핵심인 네 종류의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오늘날 과학이라는 용어는 비단 화학, 물리학, 생물학으로 대표되는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인류학, 사회학, 정치학, 심리학, 지리학, 법학, 경영학, 행정학, 고고학, 사학, 언어학, 철학 등 수많은 인문 사회 과학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질문을 던진 칼 포퍼. 그에 따르면 과학이란 개별적으로 제시한 가설을 실험 및 경험적 증거를 통해 반증 또는 확인하는 것이다. 어떠한 가설을 제시하느냐는 과학적 연구 결과의 독창성 및 우수성에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가설이 독창적이고 참이면 연구 결과 또한 독창성을 가질 것이다. 아무리 연구 결과의 양이 많더라도 검증하려는 가설이 참신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다면 그 결과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지 못할 것이다.
가설이란 ‘(무엇)이면 (무엇)일 것이다’라는 구조로 서술된다. 이는 What If 질문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독창적인 What If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은 곧 독창적 가설을 세울 수 있는 능력으로 연결되고 결국 창의적인 과학적 연구 결과를 이끌어낸다.
아이작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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