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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작 유 Dec 03. 2023

효과적인 글쓰기를 위한 삼의 법칙

어떻게 글을 쉽게 쓸 수 있을까?


어떻게 바쁜 직장 생활 중에 단순 글쓰기 취미를 넘어 여러 권의 책을 쓸 수 있냐고 여러 사람들이 물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내게 영향을 끼친 한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 영화의 제목은 <파인딩 포레스터> 이다. 나는 이 영화를 중학생 때 보았다. 이 영화는 뉴욕 할렘가 출신 흑인이지만 문학적 재능을 가진 고등학생 자말과 데뷔 작품으로 문학계에 등단한 뒤 퓰리처상까지 수상했지만 세상과 담을 쌓고 빈민가에 사는 은둔 작가 포레스터와의 우정을 다루었다. 포레스터의 집에 대해 괴기한 소문이 돌자 자말은 친구들과 몰래 포레스터의 집에 침입한다. 하지만 주인에게 들키게 되고 겁을 먹은 자말은 배낭을 둔 채 도망치게 된다. 그런데 포레스터가 가방 속 자말의 노트에 담긴 글들을 읽게 되면서 그의 문학적 재능을 알아보게 되었다. 그는 자말의 글쓰기를 도우며 문학적 우정을 이어나간다. 영화에서 포레스터가 자말에게 타자기를 통해 글쓰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포레스터 : “시작해.”

자말 : “뭘 시작하죠?”

포레스터 : “쓰라고!”

자말: “뭐 하시는 거죠?” 

포레스터:“글을 쓰는 거야. 키를 두드리기만 하면 되는거야.” (적막이 흐른다)

포레스터 : “무슨 문제 있니?”

자말:“생각 좀 하고요.”

포레스터: “아니, 생각은 하지마. 생각은 나중에 해. 우선 가슴으로 초안을 쓰고 머리로 다시 쓰는거지. 작문의 첫 번째 열쇠는 그냥 쓰는 거야. 생각하지 말고. 네 마음에 처음 떠오른 걸 그대로 써. 우선 타자기를 눌러봐! 마음 가는 대로.”


영화 속 포레스터는 즉석에서 수분 만에 마음에 있는 생각들을 생각하지 않고 즉시 한 페이지로 옮겨 쓰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이 장면에서 나는 전율을 느꼈다. 영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노트와 펜을 꺼내 마치 포레스터처럼 내 안에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적어냈다. 나는 인생 처음으로 노트 한 페이지 이상의 글을 쉬지 않고 써냈고 글을 쓸 때에 내가 자유로워 질 수 있음을 느꼈다. 마치 모든 답이 이미 내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를 본 이후 나는 줄곧 나를 영화 속 포레스터와 동일시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나 또한 포레스터처럼 즉흥적으로 그리고 직관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때, 친구들이 나에게 글쓰기를 어떻게 하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쓰면 돼! 생각하지 말고 마음이 말하는 대로 손을 움직여봐!"


어떤가? 좀 재수 없지 않은가? 나는 이렇게 말함으로써 나도 모르게 친구들에게 “나는 특별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말한 대로 직관적으로 손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글을 썼다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지 못했다. 


이 때 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어떻게 글을 잘 쓰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진짜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 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해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작가이지만 동시에 회사원이다. 가정을 제외하면 나는 가장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회사 동료들과 보낸다. 회사 밖에서 책 집필을 하는 분량보다 회사 내에서 메일/보고서를 쓰는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나는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글의 종류인 회사 메일/보고서를 어떻게 쓰는지 관찰해 보았다. “과연 나는 내가 그동안 사람들에게 말을 한대로 직관적으로 보고서를 쓰는가?”


아니었다! 나는 정말 많이 고민하고 논리적으로 사유하여 가능한 정확하고 정제된 표현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노력했다. 이는 사실 직관적인 글쓰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나는 내 모습 속에서 자기 위선을 발견했다.그런데 이 시기에 나는 한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았다. 출판사는 이공계 출신 작가들이 많아지고 있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이공계를 위한 글쓰기 책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였기에 나는 일단 해보겠다고 했다. 아직 효과적인 글쓰기 방법을 잘 모르지만, 그렇게 세 달 동안『이공계를 위한 글쓰기 법칙』이란 제목으로 글을 썼다. 이공계들은 법칙 또는 공식 같은 것에 익숙하다. 따라서 나는 글쓰기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글쓰기 공식들을 만들고 이를 적용하면 누구나 글을 잘쓰게 된다는 메시지를 쓰려고 했다. 세 달이 지나니 충분히 많은 분량의 원고 샘플이 만들어졌고 나는 그것을 출판사에 전달했고 본격적으로 출간 계약 준비를 하고자 했다. 그런데 내 안의 자아가 이렇게 외쳤다. “너는 진짜 이렇게 글을 쓰니?” 나는 나 자신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삶과 무관한 글을 찍어내는 작가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3개월 만에 출판사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이번 출간 제안은 정말 감사하지만 제 실력이 모자라 책을 준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후 나는 ‘어떻게 하면 누구나 글을 쉽게 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늘 가슴에 품고 다녔다.



딱 세 가지만을 쓰라


“구하면 주실 것이요!”라는 말이 있다. 지금껏 내가 던진 질문들은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때가 되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한 번도 예외 없이 늘 그랬다. "어떻게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언젠가 그 답이 내게 찾아올 것이라 나는 믿었다.


내가 삼의 법칙을 내 삶의 모든 곳에 적용하기 시작하자, 그 질문의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딱 세 가지만을 쓰라”는 것이다. “뭐라고? 글이 얼마나 복잡한데, 뭐 딱 세 가지만을 쓰라고?” 처음 나는 글쓰기에 삼의 법칙이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반신반의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는 네 가지, 다섯 가지도 아닌 딱 세가지를 정해서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보고서이든, 에세이든 다양한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로 신기하게도 딱 세 가지만을 쓰기 시작하자, 그동안 복잡해 보였던 글쓰기가 매우 쉬워졌고 동시에 균형 있고 짜임새 있는 글들이 써지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나는 하루에 여섯개~여덟개 정도의 메일/보고를 작성한다. 나는 보고서를 쓸 때마다 뭘 써야 하는지 고민했고 그 과정은 내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런데 딱 세 가지만 써보자고 생각하니 보고서 쓰기가 갑자기 단순해졌다.


문제의 정의 → 문제의 요인/원인 → 원인에 대한 해결책
과제 KPI(주요 성과 지표, key performance index) 현황 → 주요 추진 사항→향후 계획
금주 중점 업무 세 가지 내용
불량 문제 → 불량 원인 → 해결 방법


회사 보고서에 셋의 원칙이 적용되니, 회사 보고서 작성이 역대급으로 쉽게 느껴졌다.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세 가지 글쓰기’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할까?” 나는 내가 함께 일하는 동료 팀원들에게 삼의 법칙 글쓰기를 전파했다. 나는 더도 말고 ‘딱 세 가지’만을 써보라고 말했다. 그동안 동료 팀원들에게 보고서 쓰기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보고서 쓰기는 나를 포함해 리더들이 도맡았다. 그런데 ‘세 가지 글쓰기’가 퍼지자, 부서원들 모두 쉽게 보고서 초안을 써서 제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리더인 나는 초안을 검토한 후에 내용을 살짝 수정해서 최종안을 제출만 하면 되었고 더욱더 풍성한 업무 내용을 담아 보고했다.


한편,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 또한 ‘세 가지 글쓰기’로 쓴 것이다. 나는 이 장을 쓸 때, “나의 글쓰기 방법이 실패한 이야기 → 세 가지 글쓰기의 탄생과사례 → 세 가지 글쓰기에 대한 FAQ” 이라는 딱 세가지 내용만 쓰려고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삼의 법칙 글쓰기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들이 있었다. 나는 그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공유하며 이번 장을 마무리한다.



세 가지 글쓰기에 대한 세가지 FAQ


(1)세 가지 내용을 선정할 때 특별한 기준이있나요?


없다! 어떻게 세 가지 내용을 선정해야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지 말고, 그 순간 당신이 전하고 싶은 세 가지 내용을 그대로 쓰기 시작하면 된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당신이 전하고 싶은 그 세 가지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나는 3이 ‘완벽과 균형’을 상징하듯, 세 가지 내용을 쓰는 과정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완벽과 균형을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세 가지 내용 외에 다른 내용을 추가할 때 어떻게 해야하죠?


일단 세 가지 내용을 썼는데 탈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수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삼의 법칙을 계속 유지하면서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만약 부동산 투자 전문가이고 “부동산 투자를 해야 만하는 이유 → 부동산 시장 동향 및 예측 → 부동산 투자 방법”에 대해서 글을 썼다고 하자. ‘부동산 투자 방법’ 부분에서 당신은 “대한민국의 경제적 수준이 올라간 만큼 큰 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큰 평수를 구매하라”고글을썼는데, 또 다른 투자 방법인 재건축 투자 방법을 추가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자 방법이 두 가지가 되어 삼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경우라면, “큰 평수를 구매하라”, “장기적으로 재건축에 투자하라” 외에 “비조정지역에 투자하라”라는 또 하나의 투자 방법까지 추가하여 셋의 원칙을 적용시키는 것이 더욱더 완성되고 짜임새 있는 글이 된다. 


한편 최대한 많은 내용을 추가하고자 하는 욕심을 부릴 때가 있다. 아무리 당신의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많아도 이 중에서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선택해서 총 세 가지로 제한하라. 내용이 네 가지 이상이 되면 당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 핵심 논점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당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 또한 많은 정보로 인해 집중력을 잃어버리게 되거나 당신의 글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3) 말하기에도 세 가지를 전달하라 했는데, 말하기와 글쓰기는 같은 건가요?


그렇다. 나는 말하기와 글쓰기는 형태는 다르지만 당신의 생각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생각하며 가능한 말을 할 때 느끼는 감각으로 생생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모두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우리의 삶 속에 일어났던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당신이 말로 전달할 수 있는 그 이야기를 글이란 형태로 전달하기만 하면 글쓰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말하기에서 삼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었듯이, 글쓰기에도 삼의 법칙을 적용하면 된다.





아이작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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