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퍼블리쉬하려는 것이 당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것이라면 당신은 퍼블리쉬를 통해 전문성을 더욱더 깊고 예리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퍼블리쉬하려는 것이 당신의 전문 분야, 당신의 현재 직업과 다르다면 어떨까? 퍼블리쉬 라이프를 살면서 내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한 것이 바로 이 문제다.
이 고민의 뿌리는 내 어린 시절까지 내려간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는 교회에 다니셨다. 자연스럽게 나는 교회 환경에서 기독교 문화와 사상을 접하며 자랐다. 교회에서 들었던 가르침 중에서 어떤 것은 정말로 나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나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아이작, 네 꿈과 비전이 뭐니?”
“하나님이 원하시는 그 비전을 구하고 찾아야 해!”
“소명 곧 천직을 찾아 일할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거야.”
한술 더 떠서 어머니와 목사님은 내게 이런 축복을 했다. “하나님께서 너를 최고가 되게 쓰실 거야.” “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어서 귀한 일들을 해낼 거야.” 이러한 말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는 그 한 가지 천직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동시에 이러한 삶 속에서 나는 큰 스트레스를 느끼며 살아왔다. 도대체 왜였을까?
어린 시절, 나는 꿈이 많았다. 매 학년마다 선생님께 제출하는 장래희망 리스트가 달랐다. 우주비행사, 과학자, 선생님, 운동선수, 사업가, 음악가, 상담가, 동물사육사, 코치, 작가 등 나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주위에서 계속 나에게 “네 비전이 무엇이니?” “그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비전이니?” “너는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길 원하니?” 물을 때마다, 내 장래희망 리스트는 하나둘씩 지워지기 시작했다. 장래희망 리스트를 줄이는 연습은 중고등학교, 대학교, 심지어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었다. 결국, 나는 매우 구체적인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천직이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그리고 더 이상 천직을 추구하며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한 가지 천직을 위해서 나는 많은 일들을 포기해야 했다. 그럼에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독서와 글쓰기였다. 수많은 책들을 읽고 글을 써왔지만, 나는 과학자이지 책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한 길만 걷고 한 우물을 깊이 파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직을 추구하는 스트레스로부터 작별을 고하고 진정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기 시작할 때, 나는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 바로 그때가 내가 첫 번째 책 <질문지능>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다. 이후 나는 적극적으로 행복하게 책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나에게 작가는 현재 두 번째 직업이다. 내 첫 번째 직업은 반도체 엔지니어이며 현재 나는 삼성전자에서 큰 책임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채용 면접 때, 한 임원 분은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당신은 작가인데 당신의 책이 정말 대박이 나면 회사를 그만두실겁니까?”
나는 이 질문을 받고 여유롭게 질문 하나를 되물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할 때, 그의 직업이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그러자, 면접장은 조용해졌다.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바로 특허청 직원이었습니다. 그것도 우수 직원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세계적인 논문을 쓸수 있는 것처럼 저 또한 내게 맡겨진 일에 충실하면서 훌륭한 책을 많이 쓸 수 있습니다.”
그 이후, 그 임원분은 내게 많은 도움과 응원을 해주셨다.
내가 작가로서의 퍼블리쉬 라이프를 살아갈 때, 어떤 친구는 내게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작가로서의 삶과 삼성에서 직장인의 삶. 이 두 가지를 잘 수행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여전히 책을 손에 놓지 않기에 내 인문학적 소양은 이공계 출신들이 많은 환경 속에서 엄청난 빛을 발하고 있다. 또한 작가의 글쓰기 실력은 내가 기술 보고서, 주간보고를 쓰거나 할 때 엄청난 자산이 된다. 작가이기에 나는 순식간에 10페이지, 20페이지의 보고서를 쉽게 쓸 수 있다. 또한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세계의 변화 추세를 파악하는 능력이 생겼는데 이것은 내 조직의 부족한 점과 향후 보완해야 할 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렇듯, 작가 생활은 내가 삼성에서 일을 하는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다양한 관점에서 일을 수행하고 새로운 것을 접목시켜 혁신적인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많은 열정을 붙잡아라
당신의 호기심을 쫓아 모험을 떠나라
당신의 열정이 교차하는 곳을 탐고하라
- 에밀리 와프닉
어쩌면 당신은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질지 모른다. 당신이 퍼블리쉬하고 싶은 분야가 당신이 일하는 분야가 아닐 때 찾아오는부담감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당신은 퍼블리쉬 라이프를 꿈꾸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천하고 싶지만, 지금 하고 있는 직업에 손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다양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TED의 인기 강연가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모든 것이 되는 법>의 저자 에밀리 와프닉은 음악가이자 웹디자이너이고 영화감독이자 변호사이다. 또한 그녀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강연가이다. 그녀는 호기심을 갖는 주제가 다양하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능인(Multi∙potential∙ite)으
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에밀리 와프닉은 다능인은 세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아이디어 통합 능력이다. 다양한 분야를 결합해서 그 교차점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다. 두 번째는 놀라운 속도의 습득력이다. 다능인은 익숙한 곳에서 나와 새로운 것을 쉽게 시도하며 배웠던 것들을 새로운 분야에 가져오기 때문에 놀라운 속도로 학습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적응 능력이다. 다능인은 주어진 상황에 따라 자신을 쉽게 변화시킬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sZdcB6bjI8&ab_channel=TED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자이자 의사였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발명가이자 화가, 수학자였다. 아이작 뉴턴은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천문학자, 철학자, 신학자였다.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아주 활발하게 퍼블리쉬 라이프를 살았고 세상에 아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따라서 당신이 퍼블리쉬하려는 분야가 새롭고 다양하더라도 자신 있게 퍼블리쉬하라.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이 많을수록 새로 알게 되는 것도 많아진다는 것이 바로 지식의 법칙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퍼블리쉬하는 과정 속에서 당신은 정말 많은 지식들을 배울 것이다. 또한 당신은 수많은 새로운 지식들을 창조해낼 것이다. 오늘날, 창의성과 혁신을 강조하는 사회는 바로 당신이 진정으로 필요하다.
아이작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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