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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발장 Nov 14. 2019

가을 낙엽에 대한 단상

광합성하기에 늦었다 해서 거름이 되지 말란 법은 없죠


“가을은 여러분들에게 어떤 느낌인가요?”


만약, 이런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이 떠오르시나요?

집단미술치료 세션에서 흔히 나오는 말은 “천고마비의 계절? 말이 살찌는 계절??”

“뭔가 쓸쓸한 계절이죠... 외롭고..” “독서하기 싫은 독서의 계절이에요. 뭔가 그리워지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대표적인 가을의 정서는 쓸쓸함, 외로움, 그리움 등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줄어들고 기온이 내려가다 보니 우리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의 분비보다 우리의 정신을 차분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늘어나 계절성 우울 증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인 연구에서 입증이 된 사실이죠.


하지만, 날씨와 관련 없이 실내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은데 유독 날씨의 영향이 있다는 것은 가을이 주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개인의 심리를 반영한 해석이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파리가 풍성하던 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져 나가는 과정은 싱싱하던 이파리의 죽음을 연상시킬 수 있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게 된 모습은 허전함의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내가 가진 쓸쓸함과 외로움을 투사하게 되면 더욱 그 시각적인 이미지는 개인적인 감성과 결합되어 더 큰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게 됩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시각의 개인적인 이미지가 반영된다면 어떨까요?

“날씨가 선선해서 마실 다니기 좋은 계절?” “낙엽을 밟으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좋아요.”

“단풍 구경하기 좋은 계절이죠.” 등등 다른 해석도 분명 있을 수 있겠죠?

 


저의 경우에 가을은 뭔가 맛있는 계절로 기억되곤 합니다.

어디였는지 분명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우리 가족은 가을이 되면 늘 어딘가로 놀러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곤 했거든요.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갈대숲에서 갈대를 따다가 풀싸움을 하기도 하고 잔디밭에서 흙냄새를 맡으며 하루 종일 재미나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쯤 길가에 있는 군밤, 호두과자, 오뎅, 떡볶이 등을 맛나게 먹으면서 굉장히 행복했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어머니가 사주던 맛있는 음식과 추억으로부터 오는 행복감이 가을에 대한 느낌 자체를 좋게 만들어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은 현상을 인식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게 되며 나의 해석 또한 마찬가지로 현상에 특정 감성을 부여하게 되는데 영향을 주게 됩니다.


물론, 지난 일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쓸쓸함의 정서를 통해 그동안에 느끼지 못했던 감성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원치 않는 강한 우울감이 마음속 깊이 침투해온다고 느껴지신다면 이제부터 다른 경험들과 해석을 한번 해보시는 것도 권해드릴 만한 것 같습니다.


땅에 떨어진 낙엽이 쓸쓸하게 느껴지신다면 낙엽이 우리에게 주는 도움에 대해 생각해본다거나

광합성을 잘하기 위해 이파리를 만들었는데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나뭇잎이 필요 없어진 나무의 입장도 한번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무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영양소가 공급되는

이파리를 제거해야만 하거든요.


아이러니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자연적인 현상들은 다 이유가 있고 그래서 자연이 유지되는 것을 보면 너무 신기하고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만 잠시 떠올려도

무분별한 감정의 소용돌이는 조금이나마 잠잠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면서 발견한 낙엽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몇 자 적어보고 마무리할까 합니다.


1. 지는 낙엽에게도 햇살은 공평하게 비춘다.

2. 광합성하기에 늦었다고 해서 거름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3.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4. 또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린 스스로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5. 그러기 위해 너무 늦은 시작은 없다.

6. 그런데 이 글을 쓰다 보니 시작이 너무 늦어버렸네요.. 어여 잠을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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