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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발장 Oct 13. 2020

이렇게 아빠가 되다니!

다양한 정체성의 변화를 겪는 나, 지금은 아빠!

‘휴우.. 시간 진짜 잘 간다.
아빠 된 지 벌써 두 달째라니..’


시간이 진짜 정신없이 흘렀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산부인과 병원 5일과 조리원 2주를 보내고 집으로 아이를 데려오니 처음엔 정말 신기한 기분이었다.

말 그대로 둘이 나갔다가 셋이 돼서 돌아온 상황 아닌가!     


둘의 추억만 있던 신혼집에 한 명의 가족이 더 생겼다는 것 그것도 정말 소중한 한 사람이 생겼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고 오묘한 기분이었다.     


 “기분 묘하다.. 인제 우리 진짜 가족 된 것 같어..”                                                       

가족의 탄생!


출산 전까지 그저 어리버리한 신혼부부였던 우리는 이렇게 부모가 되었고 진짜 결혼생활은 이런 것이구나, 육아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리얼 체험 삶의 현장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언젠가 많은 유부들에게 들었던 익숙한 상황이 펼쳐졌다.    

  

아이를 돌보는 문제로 부부간에 오는 트러블..

잠을 못 자 서로 예민해져 있는 모습으로 생겨났던 갈등들..

그와 중에 신나게 울어대는 아이의 울음소리와

아이 재우려고 밤을 지새웠던 노력들 등등

신생아를 케어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달으며 부모님에게 잊고 있던 감사가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갈등의 불씨가 크게 번지기 전에 진화 작업에 성공했고 아이를 키우는 공동의 목표가 더 중요하니 사소한 감정대립은 그만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육아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미술치료사로서 심리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으니 육아도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아주 큰 오산이었다. 내 전공은 심리지, 육아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처음엔 아주 기초적인 기저귀 갈기부터, 목욕시키기, 분유 타기, 어떻게 안아야 할지, 어떻게 재워야 할지 등등 모든 것이 신세계에 가까웠지만 친누나에게 전해 받은 다량의 육아 책들로 열공하면서 지금은 점점 어엿한 육아맨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게 두 달이 넘어가는 시점, 나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딸의 사진이, 개인 SNS 계정에도 딸의 성장과정이, 길을 걷다 보면 아기들이 유독 눈에 들어오며 마트에 가면 아기 코너에만 한참 기웃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이것은 마치 부모님 아들에서 한 사람의 독립된 남성으로, 그리고 한 여인의 남편에서 한 아이의 아빠가 되는 과정을 겪는 것으로

나라는 사람은 같으나 어느 상황이냐에 따라 정체성의 우위가 옮겨가는 느낌이 들어 신기하고 재미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덴마크의 심리학자이자 실험 현상학자인 루빈(Edgar Rubin)은 전경과 배경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였다.

전경과 배경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루빈의 잔’ 이란 그림이 자주 활용되는데,


루빈의 잔


이 그림에서 잔이 먼저 보일 경우 전경은 잔이 되고 검은 바탕은 배경이 된다.

반대로 검은 바탕을 먼저 지각할 경우, 얼굴 형상이 전경이 되고, 잔이었던 흰색 부분은 아무 의미 없는 배경이 된다.


이는 사물 자체보다는 그것을 지각하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즉, 이 그림처럼 현실도 결국 어떤 것을 전경으로 올리냐에 따라 다르게 지각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 전경은 아이라고 볼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다른 것들은 배경으로 인식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또 다른 전경이 떠오를 때가 오겠지.

그때까지 아빠가 된 내 모습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딸아..아빠라는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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