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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설 Oct 01. 2020

II. 고민 마주하기

도움을 요청하자, 실패는 삶의 과정이니까 

나보다 인생을 더 많이 경험하고 살아 본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학교를 다니고 있다면 나이가 한두 살 많은 선배가 삶의 고민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좀 더 나이가 많고 경험을 많이 쌓은 선배들을 자주 만나고 소통하면서 그들의 노하우와 지혜를 배운다면 삶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선배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야 한다. 좋은 선배를 만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좋은 후배,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나는 2005년 무렵부터 외대부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영어 교사로 일했는데, 운 좋게도 그 친구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에도 계속 인연이 이어졌다. 고등학생 제자가 대학생이 되고 어느덧 사회인이 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사람을 만나 오래 인연을 이어 가는 것 자체도 좋거니와 젊은 친구들의 기운을 받는 덕인지 내 나이보다 젊은 마음으로 살아가니 말이다. 또 젊은 친구들의 고민을 듣고 나누다 보면 내 또래 사람들의 관점으로는 지나치기 쉬운 우리 사회의 면면도 새삼 살펴보게 된다. 

어느 날 우연찮게도 이십 대 제자 두 명에게서 전화가 왔다. 둘 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다니는 친구다. 미국에 있는 대학을 갈 수도 있었지만 내가 말려서 둘 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두 친구가 비슷한 시기에 연락을 해서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셋이서 같이 만나면 좋은데 서로 일정이 있고 바빠서 결국 따로 만났다. 

둘 다 연애 고민은 아니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너무 많아서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했다. 무엇을 해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이십 대 그 나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다. 

둘 다 집안이 부유한데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반듯하게 잘 키운 덕분에 두 친구 모두 스스로 고민을 풀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었다. 그 정도로 집안이 부유하고 잘나가면 자식들이 미래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지 않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보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이 두 친구들은 대기업에 취직을 할 수도 있었지만 무언가 좀 다른 일을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구나.”

“네, 맞아요 선생님. 경영학과를 나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막연해요. 그냥 평범한 샐러리맨 같아서요.”

잠시 찬찬히 이 친구들의 장점, 특징 등을 생각해 봤다. 둘 다 비슷한 점이 많아서 나는 두 친구 모두에게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권했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주었다. 요즘은 법조계 시장이 예전 같지 않아서 로스쿨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고 무엇보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다섯 번 떨어지면 변호사가 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일단 선택을 했으면 실패한 뒤의 일은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도전해 보라고 응원해 주었다.  

모든 선택에는 장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누가 나에게 상담을 요청하면 나는 선택의 장단점을 같이 알려 주며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자기 삶이므로 누구도 아닌 자기가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을 존중하며 힘찬 응원과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캐롤 드웩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일에 집착하는 아이와 자신의 상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배우는 아이의 차이점을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증명이 필요한 고정된 능력과 학습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변화 가능한 능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고정 마인드세트’과 ‘성장 마인드세트’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마인드세트는 마음가짐, 사고방식을 뜻한다.

이 마인드세트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정 마인드세트와 성장 마인드세트에서 성공과 실패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정 마인드세트의 세계에서 성공은 자신의 우수함, 재능을 증명하는 것인데 반해 성장 마인드세트의 세계에서 성공은 새로운 것을 익히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즉 고정(fixed) 마인드세트는 자신의 현재 능력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고정되어 있다. 성공과 좋은 결과가 중요하다. 성장(growth) 마인드세트는 자신을 발전시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공보다는 성장, 과정이 중요하다.  

고정 마인드세트를 가진 사람들은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어서 실패에 의해 평가를 받는다는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그 실패가 사람을 규정짓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고정 마인드세트가 강하다면 제아무리 똑똑하고 현명하다 해도 실패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약하다. 이들은 결과를 중시하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예민해서 잘하는 일만 하려고 든다.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에 부딪치게 되면 자신감은 곤두박질치고 동기는 사라져 버린다. 고정 마인드세트를 가진 사람들에게 성공은 똑똑한 것을 의미하고, 실패는 멍청한 것을 의미한다. 

성장 마인드세트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실패가 사람을 규정짓지 못한다. 실패를 성장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론 실패는 누구나 두렵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조금씩 나아지는 기쁨을 맛본 사람은 더디더라도 조금씩 성장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성장 자체가 어렵다. 즉 실패를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실패를 용인하고 실패를 삶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성장 마인드세트가 우리에게 중요하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 도전하는 경험을 통해 고정 마인드세트를 성장 마인드세트로 바꿀 수 있다. 주위에 내가 실패해도 격려해 주고 위로해 주고, 조금이라도 나아졌을 때 기뻐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성장 마인드 세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두자. 내 삶에 힘이 될 것이다. 주위에 그럴 만한 사람이 없다면 자기 자신을 격려하고 위로하고 응원하자. 나를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을 때 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패는 삶의 과정이며 한 번의 실패로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무시할 수는 없다.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다.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나다. 내 인생은 내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삶에서 중요한 기술은 바로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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