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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설 Oct 01. 2020

Ⅱ. 고민 마주하기

고민은 한발 물러서서 그리고 고민은 나누는 것 

요즘 이십 대부터 삼십 대까지의 공통된 고민은 취업, 결혼, 내 집 장만일 것이다. 고민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이 없으면 포기하기에 이른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삼포세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언제부턴가는 이 세 가지만이 아닌 많은 것을 포기한다고 해서 엔포세대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거듭된 고민이 포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먼저 고민의 연쇄 사슬을 끊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고민이 많아서 머리가 터질 지경이라면 일단 어떤 판단도 하지 말고 그냥 지켜만 보자. 한발 물러나서 거리를 두면 나에게서 벌어지는 일들이 조금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을 자신의 고민을 객관화하는 과정이라고 부르겠다. 고민을 객관화하면 고민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먼저 한발 물러나서 내 고민을 바라보고 그 고민을 친구가 내게 물어보는 질문으로 바꿔 보자. 내 고민으로 붙들고 있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래저리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고민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내 고민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그 고민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 고민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고민의 실체를 파악하게 되면 고민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진다. 실체를 모르면 왠지 두렵고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또한 그 고민(문제) 안에 갇혀 있으면 해결의 실마리나 열쇠를 찾기 힘들다. 고민을 해결해야지 하는 생각에 매몰되다 보면 전체 그림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에서 한발 물러나서 고민을 바라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의식적으로 고민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그 고민을 바라보자. 그 고민에 몰두하는 시간에 다른 활동을 하며 그 고민과 거리를 두며 머릿속에서 그 고민을 밀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좀 멀찍이서 문제를 볼 수 있는 사람, 이미 그와 비슷한 문제를 경험한 사람-나와 비슷한 경로를 먼저 밟은 선배-에게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어떤 경우에는 편하게 선배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나를 골치 아프게 하는 문제와 벗어난 이야기라도 상관없다-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 

잠시 눈을 감고 지금 나의 고민이나 문제를 떠올려 보자. 과연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고민이나 문제를 일 년 뒤에도 계속하고 있을까. 열에 아홉은 지금의 고민이나 문제를 기억조차 못 할 것이다.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일 년 전에 어떤 고민, 문제로 힘들어했는지 떠올려 보라. 고민에 휘둘리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자.  

물론 삶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살면 살수록 더 그런 것 같더라. 그럼에도 한 번뿐인 내 인생이고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고민에 빠져 허우적대기보다는 삶의 태도를 바꿔서 고민에서 조금 떨어져서 길게 심호흡을 하며 내게 시간을 주는 것은 어떨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연령대에는 서로 비슷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십 대는 아직 인생을 잘 몰라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해답을 찾지 못했고, 삼십 대는 이제 좀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은데 이 길이 진정 맞는 길인지 의문을 품고 산다. 그런데 이 길이 맞는지, 저 길이 괜찮은지, 이렇게 사는 게 좋을까, 저렇게 사는 게 맞을까 등은 인생에 대한 고민, 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인생의 가장 큰 숙제다. 누구나 선택의 갈림길에서는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육십 대가 되면 칠십 대가 되면 고민이 사라질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나이만의 고민이 있을 것이며 우리의 고민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 고민은 끝없이 이어진다. 고민 때문에 힘들다면 그 고민을 나누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고민은 나눌수록 가벼워진다. 혼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지 말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서 고민을 나누어야 한다. 

고민을 나눈다는 것은 내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것이 고민을 나누는 방식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고민에서 한발 물러나서 고민을 바라보면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고민을 객관화한 뒤에는 고민의 무게-이 무게는 자기만이 느낄 수 있는 무게다-에 따라 사람들과 나누어서 무게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친구도 좋고, 선배도 좋고, 가족들도 좋다. 그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필요에 따라서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런 걸 말해도 될까’ ‘별거 아니라며 하찮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등 고민을 털어놓을지 말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에게 그 고민이 힘든 문제라면 너무 망설이지 말자. 삶의 고민은 함부로 예단할 수 없고 예단해서도 안 된다. 삶의 고민을 객관적으로 재서 이건 좀 가볍군, 저건 좀 무거운데 이렇게 잴 수 있는 저울은 없다. 누구에게나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털어놓은 고민을 지인이 귀 담아 듣지 않고 딴소리를 한다면 미련 없이 그 지인을 내 기록에서 지워도 된다.  

물론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이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고민을 편하게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면 이제부터 그럴 만한 사람을 찾아보고 만들자. 그런 의미에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삶의 고민은 무궁무진하다. 고민을 범주화해서 몇 가지로 분류할 수는 있지만 같은 범주에 속한 고민이라도 사람마다 놓인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취업에 대한 고민을 예로 들어 보자. 많은 사람이 취업 문제로 고민을 하는데 저마다 놓여 있는 처지에 따라 취업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각종 아르바이트에 치여서 제대로 자는 게 소원인 사람에게 안정된 일자리는 간절하다. 하지만 집안이 좋은 취업 준비생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기업에 합격했는데 좀 더 도전적인 일자리를 찾고 싶어 한다. 이렇듯 고민은 같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주위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면 그때는 용기를 내서 심리상담사나 정신과의사를 찾아가자. 아직까지도 전문 상담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어려워하고 부끄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 주위에 보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힘들 때는 나만 생각해야 한다. 그 사람들이 나를 살릴 것도 아니지 않는가. 정말 힘든 상황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자. 많은 일이 그렇듯이 처음에 문을 두드리는 게 힘들지 두세 번 반복하다 보면 어렵지 않다. 그곳으로 발걸음을 떼기 힘들다면 먼저 전화로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화로 알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곳을 알아보면 된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제자들을 비롯해 주위에 친한 동생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알린다. 먼저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직접 만나는 방법이다. 자신의 처지나 상황을 바로 알릴 수 있어서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오랜만에 전화해서 바로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전화로 약속을 잡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두 번째는 메신저를 이용한 방법이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나 카카오톡 채팅 등을 이용해 연락을 한다. 메신저는 특성상 주고받는 쌍방향 소통 매체다. 보통 ‘안녕하세요?’라고 안부를 물으며 이런저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본론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나는 누구보다 촉이 좋고 감이 뛰어난 사람이어서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다 딱 느낌이 온다. 

세 번째 방법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자신의 근황(고민)을 올리는 방법이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은 특성상 짧은 문장으로 글을 쓰게 된다. 쌍방향 소통보다는 자기 생각을 알리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 매체다. 누가 이 글을 볼지 모르겠지만 넋두리라도 늘어놓고 나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글을 쓰는 행위는 생각을 정리하는 행위여서 쓰는 과정에서 마음이 조금씩 정리된다. 네 번째 방법은 지인이 SNS에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에 댓글로 소통하는 방법이다. 오랜만에 단 댓글에 다짜고자 ‘힘들어요, 도와주세요’라며 요청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렇게 소통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먼저 반가운 인사말로 물꼬를 튼다. 

이런 방법들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여기서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내 고민을 털어놓고 나누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힘들 때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기운을 얻었다면 나 역시 누군가의 고민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위로해 주면 고민 나누기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메시지,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낸 메시지, SNS에 올린 글, 사진 등을 관심 있게 본다. 도움이 필요하겠다 싶은 경우에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한다. 나 역시도 지인들이 내가 단체 채팅방이나 SNS에 올린 글을 보고 내게 안부를 묻거나 위로를 해 주기도 한다. 그 몇 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한결 가벼워진다. 그렇게 서로 고민을 나누고 위로해 주면서 우리는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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