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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설 Oct 01. 2020

V. 사람 사이에서

온오프라인에서의 소통과 관계를 맺는 법 

“그렇게 일만 하지 말고 밖에 나와 사람들도 만나고 그래, 그러다 죽어.”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후배에게 걱정 어린 말투로 한 말이다. 우리는 이긴 사람이 모든 걸 차지하는 승자독식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이 숨 막히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일에만 몰두한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다 보니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잠깐 짬을 내서 만나고 싶은 만난다고 해서 일을 못하고 그르치는 것도 아니다. 삶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코로나로 인해 이러한 모임은 오히려 민폐가 되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서로 대면으로 마주보는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강연에서 상담에서 내가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다. 강연이나 상담을 할 때는 대상에 따라 주제와 내용을 달리하지만 결국 핵심은 행복이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물으면 나는 한결같이 이렇게 대답한다.  

“모임이 중요해요. 날마다 만나는 회사 사람들과의 모임 말고요.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모임이 정말 중요해요.”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알겠지만 따로 시간을 내서 좋아하는 사람, 친한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면 무심결에 자연스럽게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우리 앞으로 두세 달에 한 번씩은 꼭 만나자.” 

하지만 이 말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공수표가 되어 버리기 일쑤다. 실제로는 연례행사가 되기 쉬운 게 현실이다. 

모임은 삶의 활력이다.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나 내 이야기를 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린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리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고민이나 문제 때문에 머릿속에 뿌옇고 정리가 되지 않는 것 같다면 지인이나 친구를 만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 한 번에 정리가 안 된다면 다른 사람을 만나 그 고민을 다시 이야기하면 좀 더 정리가 되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되는 일이 많다. 감정이 극도로 고조되었을 때 혼자서 애를 태우지 말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고민과 문제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혼자서 생각하다 보면 내 고민이 가장 심각하고 내 문제를 가장 어렵다고 느낀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도 힘들지만 저 친구도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공감을 하게 된다. 

작년 초의 일이다. 이십 대 제자부터 사십 대 후배까지 내가 아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가칭 ‘전 박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나는 그들을 다 알지만 그들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삼십 명 정도에게 연락을 했다. 모임은 낮 12시부터 하기로 했다. 다들 저마다 바쁜 사람들이어서 모임 시간을 넉넉하게 잡았다.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일찍 오고 바쁜 사람들은 늦게라도 와서 얼굴이나 보자고 했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어서 자리를 마련한 것은 아니다. 그냥 새해를 맞이해 보고 싶은 얼굴들 보자는 생각이었다. 모임에 음식과 이야기가 빠지면 서운해서 음식은 내가 직접 만들기로 했다. 잡채부터 시작해서 오징어회무침, 갈비찜, 김치전, 해물파전, 샌드위치, 도넛까지 내가 손수 다 만들었다. 힘은 들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 어울리는 데 그만한 수고는 감수해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행복으로 잡았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론을 이야기하고 편하게 대화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술도 몇 잔 마시면서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 모임을 공지했을 때는 서로들 모르는 사이라서 갈까 말까 망설였다는 후배도 있었고, 친구가 이런 모임 있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온 사람도 있었다. 순간순간 적막감이 감돌기도 했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모두들 진지한 눈빛이었다. 

다음 날 몇몇 제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십 대 제자들이다. 그들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멘토로 삼을 만한 선배들이 없어서 답답했다고 한다. 어제 모임에서 삼사십 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해서 어색했는데 ○○ 선배님의 새내기 변호사 시절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모임의 종류는 아주 많아서 어떤 모임을 선택할지 망설일 수 있다.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과 만나는 동호회도 좋고, 친한 친구들과 만나는 친구 모임도 좋다. 이삼십 대 직장인이라면 동종 업계의 선배들과 만나는 모임을 추천한다. 요즘에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달해서 관심 있는 분야의 모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동종 업계의 선배들을 만나기 어렵다면 학교 선배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만나기를 바란다. 이십 대에는 이십 대만의 고민이 있다. 그 고민의 강을 건넌 삼사십 대들이 이삼십 대의 고민을 잘 이해하고 공감할 만한 조언을 해 줄 수 있어서 제자들(후배들)에게 선배들을 만날 수 있는 모임을 추천한다. 실재 만나는 모임이 가장 좋긴 하지만, 최근 들어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여의치 않다면 줌을 통한 화상만남으로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 서울대학교 법대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에 이어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장모님을 비롯하여 주위에서는 이런 나에게 제정신이 아니라고 한다. 미친 것 같다는 이야기다. 왜 안정된 길을 버리고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고 있냐며 당장 때려치우라는 사람들도 있고, ‘너무나 멋있다’며 ‘잘 마쳐서 세상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 달라’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법대대학원에 들어간 이유는 직장인 학교를 그만두고 세상물정 잘 모르고 사회에 던져져서 일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사기도 당하고 부당한 일도 겪으면서 법에 대한 갈증이 커졌기 때문이다. 법을 몰라서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무엇보다 사기로부터 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법을 공부하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법을 공부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방송통신대학교 3학년으로 편입해서 공부했다. 그러던 중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제자의 권유로 서울대학교 법대대학원에서 들어가 본격적으로 법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 다른 학교에서는 교수로 대학생들을 가르쳤고 현재도 가르치고 있는데, 대학원생이 되어 나이 오십에 생소한 학문인 법을 공부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참 많이 힘들었다. 

같이 공부하는 동기들 중에는 나보다 스무 살 넘게 어린 친구도 있다. 서로 진실되게 터놓고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다른 학교에서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신분이지만 여기서는 배우는 학생이라고 생각해서 동기들에게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내가 그들에게서 교수 대우, 선생 대우를 받아서 뭐하겠는가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내 동기들에게 대우를 받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꼰대가 되는 것이다. 꼰대는 나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만드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제자들도 어느새 삼십 대 중반이 된 친구들이 많다. 그중에는 나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보다는 인생의 선배로, 형님으로 부르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 친구들이 나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나는 정색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호칭이 뭐 그리 중요하다는 말인가. 마음이 통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교감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다양한 외국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나이 따지고 서열 따지는 게 하찮게 느껴졌다. 마음을 열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외국인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깨달았다. 어떤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열도록 하자. 상대방이 먼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취미를 사람 만나기로 해도 될 만큼 평소에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소개해 주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 내가 알고 지내는 좋은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서로 좋은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사는 것이 인생을 즐겁게 사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서로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한다면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태도를 보고 마음을 열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이, 지위, 자리에 개의하지 말고 내가 먼저 다가가서 마음을 열어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싶다면 말이다. 수줍음을 많이 타거나 소심한 사람이라면 먼저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면 상대방 주위에 있는 것도 방법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주위를 맴돌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다가갈 수 있다. 빨리 친해지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급할 이유가 없다. 자기 스타일로 천천히 다가가도 된다.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기에 성공했다면 이제는 마음을 열 차례다. ‘상대에게 마음을 여세요’라고 이야기하면 어떻게 마음을 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다. 현재 고민이 있다면 그 고민에 대해서 진실되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간혹 다른 사람에게 내 고민을 말하는 것이 약점을 잡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단은 상대방을 믿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의심해서는 안 된다. 의심은 끝을 모르는 특징이 있어서 계속 의심하게 되고 의심이 깊어져서 결국은 나 자신을 힘들게 만든다. 그럼에도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호 교환을 바탕에 두어야 한다.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그렇게 서로 주고받다 보면 관계가 끈끈해진다. 만약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그 친구와 관계를 맺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자. 일주일에 한두 번 시간을 할애해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하거나 그 친구를 만나는 것이다. 친구에게서 먼저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연락을 해야 한다. 내가 관심을 주면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계획을 잡고 친구와 관계를 맺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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