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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자유 Mar 17. 2024

블로그로 월 삼천

경제적 자유로 가는 길

3,411원. 5개월 동안 번 돈이다. 누군가는 무시할 수 있는 금액이겠지만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돈이다. 블로그를 해서 번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1원, 2원 모아 어느새 삼천 원이 넘는 돈이 되다니! 근데 이걸 어떻게 받을 수 있는 거지?


검색해 보니 5만 원 이상이어야 출금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 이하의 금액은 네이버 페이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 푼 한 푼 모은 돈 3,411원 중 3,400원을 전환 신청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의구심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정말, 블로그로 돈 벌 수 있을까?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건 퇴사한 지 얼마 안 되서였다. 퇴사 후 시간들이 그냥 흘러가는 게 아까웠다. 어디에라도 내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 후의 심정에 대해서도 쓰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썼다. 누가 볼지 모르는 곳에 솔직한 이야기를 쓴다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과연 어떤 사람이 내 글을 읽을까, 설레고도 두려운 마음으로 ‘발행’을 눌렀다.



글을 올린 지 30분이나 지났을까, 블로그 알림이 지이잉 왔다. 누군가 댓글을 달았다는 알림이었다. 누가 내 글을 보고 댓글을 남겼을까? 글이 인상적이었을까, 아니면 공감이 됐을까? 떨리는 손으로 ‘댓글 보기’를 눌렀다.


[ ID 무교동 세탁왕 : 들렀다 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댓글을 보자 맥이 탁 풀렸다. 답글을 남겨야 하나? 살짝 고민하다가 그냥 핸드폰 화면을 껐다. 누가 볼까 차마 못 쓴 이야기도 있는데, 너무 자의식 과잉이었나 보다. 그냥 미래의 나를 위해 썼다고 생각해야지.


그런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또 알람이 울렸다. 새로운 댓글 알람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블로그에 들어가 봤다.


[ ID 수필 멋쟁이 :

글 잘 읽고 갑니다~

시간 되시면 따뜻한 수필 한편 읽고 가세요~

순수 창작 작품입니다. ]


내 글에 대한 이야기 한 줄, 자기 수필에 대한 이야기 네 줄. 그래도 댓글을 남겨준 성의를 봐서 수필 멋쟁이님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다. 엄마 감성의 꽃 사진으로 가득한 블로그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핸드폰 화면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더 이상의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그 이후로 블로그에 내 이야기는 쓰지 않았다. 대신 괜찮은 정보가 있으면 글을 쓰곤 했다. 읽은 책에 대한 후기나 국민연금, 건강보험에 대한 이야기, 괜찮은 파킹 통장에 대한 글,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 리뷰 따위를 썼다.


확실히 내 이야기를 쓸 때보다 조회수가 높았고, 또 댓글도 많이 달렸다. 글에 다 쓰여있는 내용을 다시 물어보는 댓글이 많았지만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이웃이 블로그 무료 강의를 스크랩한 걸 봤다.


블로그로 돈 버는 법 무료 강의? 무료라니 나도 한번 들어볼까? 그 글을 스크랩하고, 스크랩 한 주소를 댓글로 남기고, 설문지에 내 정보를 남겼다. 그리고 줌 강의 링크를 받았다.



무료 강의였지만 몰랐던 내용이 많았다. 네이버 검색 로직에 대한 설명, 키워드에 대한 설명, 그리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블로그 조회수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글에 광고를 붙일 수 있는 애드포스트로는 일 1,000 방문자가 되어도 5만 원 남짓 들어올 뿐이라고 했다. 그 외에 체험단이나 기자단, 제휴 마케팅이나 공구 등의 방법을 알려줬지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없었다.


돈을 벌려면 자신만의 상품이 있거나, 네이버 블로그가 아닌 티스토리 블로그를 해야 한다고 했다. 티스토리 블로그도 글을 좀 쓴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돈을 번다는 사람들은 하루에 3개씩 포스팅을 했다.


하루에 3개씩 포스팅하는 방법도 신박했다. 실시간 검색어를 골라잡아 뉴스에 나온 내용을 조합해서 쓴다던지, 드라마나 예능을 보며 실시간으로 글을 쓴다는 거였다. 그렇게까지 기계적으로 포스팅을 한다니. 저 정도는 해야 돈을 버는구나 싶었다.


나는 실시간 이슈에도 관심이 없고, TV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없었다. 관심 없는 내용을 하루 종일 지켜보며 그것에 대한 글을 쓸 자신이 없었다.


좋아하는 게 뚜렷하지 않으면, 그리고 그 주제가 상품성이 있지 않으면 이것도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블로그 글로 돈을 버는 건 나랑 안 맞는 것 같았다. 나만의 상품을 만드는 게 더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마침 전자책으로 돈을 번다는 사람이 많았다. 너도 나도 전자책으로 월 천만 원을 번다고 했다. 나도 전자책을 써볼까? 다시 유튜브 창을 열었다.


“자면서 돈 버는 전자책 만들기! A부터 Z까지 다 알려드려요”






* 같은 내용의 인스타툰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내일 만화로 업로드 예정이니 놀러와서 팔로우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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