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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자유 Mar 11. 2024

방구석 백수의 꿈은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어






덜컹덜컹.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 평일 낮의 지하철은 한가롭다. 사람들은 드문드문 앉아있다. 저 사람들은 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어떻게 이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있을까? 출장을 가는 사람, 대학생, 아니면 나처럼 그냥 백수? 세상엔 다양한 일들이 많다는데, 내가 아는 직업은 너무나 한정적이다.     


그래, 직업. 모르는 직업이 많아서 하고 싶은 일을 못 찾는 걸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겠다며 호기롭게 퇴사했지만, 정작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퇴사하면 하고 싶은 일이 짜잔 하고 나타날 줄 알았건만. 나는 퇴사 전이나 후나 똑같은 나일뿐이었다.     


하고 싶은 일은 찾기는커녕, 방구석 백수, 목적 없이 놀고 있는 나는 어른들의 표적이 되기 딱 좋았다. 엄마는 전문직 시험을 준비해 보라 하고, 고모는 공기업을 넣어보라 한다. 스물아홉. 신입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나이라나. 그냥 웃어넘길 때도 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럼 뭘 하고 싶은데?

나, 작가.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하면 엄마는 말했다. 

작가 그거 아무나 하는 건 줄 알아, 뭐가 된 사람이나 하는 거지.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일한 사람이 작가가 되는 거야.

하긴.. 그렇지? 내가 어떻게 작가가 되겠어.     


작가는 내가 생각해도 오버였다. 나는 글도 잘 못쓰고, 이렇다 할 능력도 이력도 없으니까. 그럼 내가 되고 싶은 건 뭐지? 책상 앞에 앉아 하고 싶은 걸 적어보기도 했지만 마땅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여행 작가, 사진작가, 웹툰 작가, 파티플래너, 사서, 상담사. 엄마의 꿈도 살짝 끼워 넣어봤다. 감정 평가사. 뭐 현실적인 게 이렇게 없을까. 내가 하고 싶은 건 돈이 안 되는 일뿐이었다.     


그런 거 말고,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뭐지?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 나는 별로 일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일 안 하고 노는 게 내 적성인가 봐. 그럼 내가 돼야 하는 건... 돈 많은 백수. 아니지, 조금 일하고 적당히 벌고, 남는 시간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많은 시간 부자.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핸드폰 속의 세상에는 돈 버는 법이 넘쳐난다. 유튜브를 켜면 너도 나도 월 천만 원을 벌 수 있다고 한다. 온라인마케팅, 스마트스토어, 전자책, 주식, 부동산, 인플루언서... 나만 모르는 비법이 있는 걸까? 정말 하루에 2시간만 일하고 월 300씩 벌 수 있을까? 이렇게 많은 방법이 있는데, 내가 몰라서 못하고 있는 걸까? 그럼, 나도 해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두 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여행하며 즐긴다니,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지이잉. 핸드폰이 울린다. 70,850원 출금. 뭐지? 따뜻하고 평화로운 여행지에서 현실로 급하게 돌아온다. 은행 어플을 켜서 출금 내역을 확인한다. 얼마 전에 명세서가 왔던 건강보험료였다.


회사를 다닐 때는 신경 써본 적 없었는데, 퇴사를 하니 나라에서 자꾸 돈을 내라고 한다. 국민 연금에서도 10만 원을 내라길래 납부예외 신청을 했는데. 5년 동안 낸 돈이 얼마인데, 10년을 안채우면 국민 연금도 돌려받지 못한다니. 그건 그렇고 건강보험료는 어떻게 해야 하지. 매달 내기엔 부담스러운데...


핸드폰을 켜고 초록창에 글자를 입력한다. “퇴사 후 건강보험”... 버는 돈도 없는데 이것저것 내라 하다니. 백수에게 세상은 참 가혹하다. 다시 한번, 돈 많은 백수가 되어야겠다 생각하고 유튜브 창을 열어본다.     


“이거 모르면 100% 후회합니다. 월 1000만 원 벌게 해 준 단 하나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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