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닐 땐 항상 불안했던 것 같다. 회사 밖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도면을 그리는 것, 협력사를 관리하는 것, 내 부품 번호를 외우는 것, 내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수 있는 능력...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갈 수 있는 곳은 정말 제한적이었다. 우리 부서와 같이 일하는 팀들, 협력사들... 말고 다른 곳에서는 내 능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여기서 계속 일할수록 이 분야에 대해서는 깊이 알게 되겠지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퇴사할 때 걱정이 많았다. 나, 밖에서 쓸모 있는 사람일까?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회사를 다닐 땐 연봉 6000 받는 대기업 직원이었지만, 회사 밖에서는 카페 알바를 지원해도 떨어지기 일쑤였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없고. 어찌 됐건 0부터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들었던 수업이었다. 그런데 이 수업에서 나는 자존감을 회복하게 됐다.
나는 여기서 젊은이가 됐다. 29살, 어디 가면 화석이라, 늙었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인 나이이다. 하지만 4,50대 분들이 주로 듣는 이 수업에서, 29살인 나는 아가가 되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청년이 되었고, 인터넷에 익숙해 수업을 잘 따라가는 모범생이 되었다. 똑똑하고 예쁜 우리 반 막내가 되었다.
수업 자료가 완벽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다들 이거 보고 배우라는 말을 해주셨을 때, 도움을 청하셔서 도와드렸더니 내가 천재라는 듯 치켜세워 주셨을 때, 생각보다 더 기뻤다. 나,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어딘가에서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