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지원 수업 듣기 - 1탄
한 달 정도 푹 쉬고 나니 몸이 근질거렸다. 이제 뭐 하지? 원래 계획은 좋아하는 도서관에 콕 박혀서 원 없이 책을 읽는 거였다. 그런데 막상 도서관에 가려니 멀게 느껴졌다. 걸어서 20분, 애매한 거리였다.
초/중/고 12년 동안 학교에 등하교하고, 대학교 때는 4년 동안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고, 회사에서도 5년 동안 출퇴근을 잘만 했는데. 소속이 없어지니 갈 곳이 없어졌다. 아니, 갈 곳은 많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 자유로웠지만 내가 원하던 일상은 아니었다. 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지?
마침 국비지원 교육생 모집 광고를 봤다. 뭐라도 들어야 할 것 같았다. 어디라도 소속되고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할 일을 줬으면, 공부할 거리를 줬으면, 그래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줬으면 했다. 혼자서 조직 밖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재밌어 보이는 교육이 많았다. SW 강사 양성과정은 왠지 잘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기계과이지만 코딩 수업을 들은 적이 있고, 고등학생들에게 코딩 수업을 해본 적도 있었다. 글로벌 셀러는 돈이 될 것 같아 끌렸다. 해외구매대행으로 월 얼마 세팅해 놓고, 편하게 이것저것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선택한 건 '진로직업 큐레이터'였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퇴사했는데, 또다시 미래가 밝은 것, 돈이 될만한 것을 하기는 싫었다. 오직 재미만을 기준으로 골랐다. 진로에 대해 배울 수 있다니 흥미로웠다. 또, 이걸 듣다 보면 내 진로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루 4시간 교육, 교육 기간은 두 달 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수강 신청을 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