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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자유 Jan 30. 2024

프롤로그

스물아홉, 나의 첫 갭이어 (Gap year)








갭이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건 회사에 다닐 때였다. 적성이나 흥미는 무시한 채 돈만 보고 회사에 입사해서, 월급으로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을 시기였다.


- 외국에는 갭이어라는 게 있대.

- 그게 뭔데?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1년 정도 이것저것 해보는 시간.


와, 부럽다. 왜 우리나라엔 그런 제도가 없을까? 빨리 대학에 가야 하고, 빨리 취직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버겁게 느껴졌다.








회사를 다니며 퇴근 후에, 주말에 진로를 찾기 위해 노력도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스물넷에 입사해서 어느새 스물아홉이 되었다. 이러다간 여기서 평생 썩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아무 계획 없이.


계획 없이 퇴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다시 같은 분야의 일을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비슷한 종류의 일을 할 생각이었으면 회사를 다니며 이직을 준비했겠지만, 나는 이제 공대라면 지긋지긋했다. 아예 새로운 진로를 찾고 싶었다.


새로운 일을 하려면 적어도 2~3년의 시간은 필요하겠지. 그동안 먹고 살 정도의 돈은 모아놨다. 언제든 퇴사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소비도 늘리지 않았다. 자동차 회사를 다녔지만 차도 안 사고 버텼다.



드디어 나에게 시간을 선물하게 됐다.

29살, 황금 같은 20대의 마지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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