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던 수업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열정을 다하게 됐다. 밤늦게까지 강의 자료를 고치고, 강의 연습을 했다. 마지막엔 학생들 대상으로 직접 강의도 하고, 시험을 보고 민간 자격증도 취득했다.
나름 알차게 세 달을 보냈지만, 수업이 끝나자 조급함이 몰려왔다. 시간이 훌쩍 흘러갔기 때문이다. 벌써 6월 말이 되었다. 2월에 퇴사해서 3월 한 달 쉬고, 세 달짜리 수업을 들었을 뿐인데. 무엇보다 나를 조급하게 만드는 건 내 나이였다.
퇴사를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스물여덟이었는데, 어느새 스물아홉의 절반이 지나있었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서른. 서른의 중압감이 무섭게 다가왔다.
회사를 다닐 때는, 시간이 흐르는 것에 큰 감흥이 없었다. 스물넷부터 스물아홉까지, 20대 절반의 황금기를 회사에 바쳤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얼른 명절이 왔으면, 얼른 휴가가 왔으면, 얼른 주말이 왔으면, 얼른 월급날이 왔으면... 사무실에서의 시간은 항상 다음을 기다리는시간이었다.
그런데 퇴사하고 나니 지금 이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재밌어 보이는 수업을 들었을 뿐인데 벌써 3개월이 지나갔다니. 더 이상 이런 쉬운 마음으로 내 시간을 쏟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소중한 것에,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에 내 시간을 쓰자.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나의 마지막 20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