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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랑 Sep 21. 2023

가장 행복한 순간, 누구와 함께여서였나요?

누구와 함께였다면, 나는 행복해서 불행했을 거야.

 돌이켜봤을 때, 행복했던 순간은 떠올린다면 일찍 끝난 퇴근길에 초밥이 먹고 싶어 홀로 맛집을 찾아간 날, 바람이 솔솔 부는 날씨였고 하늘은 인공적인 색을 탄 듯 매끈하고 파랬다. 배터리가 다 된 휴대폰 충전을 맡기고 초밥을 먹으며 하이볼 한 잔도 같이 마셨다.


 그렇게 맛있는 밥과 약간은 기분 좋은 취기, 그리고 구경거리 많은 거리. 그 거리를 걷다 꽃을 바구니에 대량으로 넣어놓고 싸게 파는 꽃집을 지났다. 샛노란 프리지어 신문지에 대충 말아 들고는 다시 거리를 걸었다.


 나는 그 거리를 왜 누군가와 다시, 그리고 같이 걷고 싶어 했을까. 실제로 함께 행복하고 싶은 그 누군가와 그 많은 거리를 걸었음에도 저렇게 행복한 기억을 남기지 못했는데.


 한편 엄마는 비가 추적추적 오는 새벽과 아침의 경계에 있는 시간, 나와 우산을 쓰고 목욕탕을 가는 거리가 인생에 몇 없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한다.


 어스름한 하늘, 비에 젖은 풀냄새, 선선한 바람. 가는 길에 카페에 마시고 먹은 커피와 갓 데워진 샌드위치. 엄마는 마치 유럽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날 같이 있었던 나는, 그렇게 강렬한 행복으로 남진 않았다. 그저 비는 오지만 풀냄새가 좋은 날씨구나, 목욕탕에 사람이 없겠다. 커피는 뭘 시키지?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이었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 행복은 홀로 느끼는 것이 아닐까. 혼자 있어도 같이 있어도, 행복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아직 내면이 단단하지 않은 나는 사랑하는 이와 있었다면 행복했어도 불행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나와 같이 행복한지 눈치를 봤을 것이고 나만큼 행복하지 않아 보이면 서운해했을 것이다. 그러고 그날은 그저 그런 날로 지워지겠지.


 내 행복은 나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깨달은 뒤, 그 뒤 남의 행복을 내가 조절할 수 없기에 나를 희생할 필요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진정으로 느껴야 한다. 


그러니 나는 우선 나로서 행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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